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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5월 5일] 보이스피싱

오늘도 사기 전화를 한통 받았다. 전화기에 '국제전화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면 일순 깜짝 놀랐을 법한 전화였다. "고객님이 ○○백화점에서 사용하신 ○○카드 대금 158만원이 연체됐으므로 납부하시기 바랍니다"로 시작된 전화는 꽤나 그럴 듯했다. 마침 그 회사 카드가 없어서 곧 '사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국세청ㆍ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사기도 늘어났다고 하니…. 멀쩡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종류의 전자금융 사기들은 피해자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준다. 일단 몇 십만원에서 몇 천만원까지 금전적 피해를 주는데다가 "내가 어쩌다 속아 넘어갔나" 하는 자책감에 피해자들을 시달리게 만든다. 지난해에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등록금 600만여원을 전화 사기당한 여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어렵사리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만들었던 여학생이 느꼈을 그 순간의 절망을 생각하면 이런 지능적 사기는 끔찍한 재앙이다. 또 다른 피해는 다행히 사기인 걸 알아차리고 부지런히 은행에 지급정지를 걸어 돈이 빠져나가는 걸 막았더라도 쉽게 돌려받지 못하면서 마음고생을 겪는 것이다. 일단 지급정지까지는 되지만 돈을 돌려받으려면 범죄계좌라는 재판부의 판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소송을 걸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 비용이 든다. 그래서 지금도 피해자들이 찾아가지 못한 사기 피해금액 220억여원이 은행에 묶여 있다. 수백조원의 예산을 다루는 국회나 정부에 그 돈은 어떤 의미에서는 큰돈이 아니다. 그러나 재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애태우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돈은 정말 큰돈이다.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그런 전자금융 사기피해자들이 재판을 거치지 않고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안의 공청회가 열렸다. 대법원ㆍ법무부ㆍ금융위 등의 의견이 많이 좁혀져서 오는 6월 국회의 첫 법안소위에 대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팔부능선'쯤은 오른 것이다. 의원입법안이 제출된 지 1년반 만에 이뤄진 일이다. 범죄계좌라는 사법적 판단을 생략하고 피해자들에게 지급 정지된 계좌의 돈을 돌려주는 입법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답은 찾을 수 있다. 6월 국회에서 법에 하소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법'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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