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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수의 꼼수


국민이 정치에 갖는 불만 중 하나는 실익 없이 명분 싸움에만 골몰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명분이라는 핑계 아래 실제는 이권을 다툰다는 게 많은 유권자들이 갖는 인상이다.

최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보수표현 삭제 논란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논의 같아도 결국에는 민생과 상관없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다. 당의 지지도가 떨어졌다면 보수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보수 가치를 보여줘야 할 일이다. '보수'라는 이름표만 뗀다고 그동안의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쇄신 논란에 대해 "옷이 더러워졌다고 아예 벌거벗는 격"이라고 한마디 했다.

역사적으로 보수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정책에 복지를 확산시켰으며 사회에 공동체 의식을 강조해왔다. 미국이 노예제를 폐지하고 독일이 건강보험을 출범시키며 영국이 굴뚝소년법을 도입한 것 모두 보수정당이 만든 정책이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이 같은 역할을 했느냐다. 민주주의 역사가 우리보다 긴 미국ㆍ영국ㆍ독일의 보수정당은 정권을 잃었을 때 보수라는 이름표를 떼지 않았다. 지지를 잃었다면 대안을 마련하고 이 대안에 대해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원칙까지 바꿔서는 곤란하다. 보수표현 삭제가 한나라당의 '꼼수'로 비쳐지는 이유다.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고 주장하는 쪽은 보수의 가치를 지키되 이념에 얽매이지 말자는 뜻이라고 해명한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젊은 층에 '보수'라는 단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유권자 중에 한나라당 정강정책에 '보수'가 있는지 없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칙을 훼손해가면서 정강정책의 표현 하나를 삭제하기보다 제대로 된 보수정책을 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확대하는 게 차라리 매력적일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보수' 이름표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당을 쇄신하고 이명박 정부기간 동안 실패한 정책에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총선은 4월이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무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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