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27㎡(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계약이 이뤄지던 아파트다. 대단지인데다 교통ㆍ생활편의시설이 워낙 잘 갖춰져 독신 직장인들의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아파트는 월세를 105만원까지 낮춘 물건조차 잘 나가지 않고 있다. 원인은 인근 문정동 일대에 들어선 대규모 오피스텔에 있다. 높은 월세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문정동 일대의 저렴한 새 오피스텔로 속속 주거지를 옮기고 있는 것.
문정지구 일대에 들어서고 있는 대규모 오피스텔이 주변 소형 주택 수요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잠실 일대 소형 아파트 전월세가도 안정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27일 송파구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문정지구 내에 공급된 새 오피스텔들이 잇따라 입주하면서 주변은 물론 잠실 일대 소형 주택 수요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 소형 아파트도 리센츠와 상황이 비슷하다. 이 아파트 35㎡는 4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이었지만 최근 월세가격이 110만원선으로 하향 조정됐다.
잠실동 P공인 대표는 "문정지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 오피스텔이 공급되자 인접한 송파ㆍ방이동은 물론 잠실 지역 소형 주택까지 세입자를 구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반면 문정지구 오피스텔들은 세입자들이 몰리면서 매물부족을 겪으며 월세가 뛰고 있다. '송파 한화오벨리스크' 23㎡는 입주 당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선이었지만 최근에는 월세가 70만원으로 올랐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이었던 30㎡ 역시 월세가 10만원 인상됐다.
문정지구 오피스텔이 주변 세입자들을 끌어오는 것은 워낙 대단지인데다 입지가 뛰어나고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7월 '한화 오벨리스크'와 '푸르지오시티'를 합쳐 2,800여실이 동시에 입주하면서 이 일대 소형 주택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온 것이다.
문정동 L공인 관계자는 "지하철과 버스로 강남권 출퇴근이 편리해 잠실뿐만 아니라 강남에서도 세입자들이 이사 오는 추세"라며 "강남에서 오피스텔 투자사업을 하던 이들이 문정지구로 갈아타려는 문의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문정지구 내 오피스텔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가 이뤄진 2개 단지 외에도 오는 2015년에 '송파 아이파크' 1,403실이 입주할 예정이고 2016년에는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2,283실도 준공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 NC백화점ㆍ이마트ㆍCGV 등이 속속 들어선데다 문정법조타운,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등 호재가 잇따를 예정이어서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당장 공급과잉 우려가 있지만 문정지구 주변으로 개발호재가 많아 신규 수요도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임대사업 투자가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