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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MB의 '머슴학' 점수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코드 산하기관장’ 인사 칼바람이 문화계는 물론 전방위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여기에 앞장서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 정당으로부터 고발당할 운명에 놓였다. 모 정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유 장관을 법률 검토를 거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으로 바뀐 민주당은 최근 유 장관의 해임론 제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해외발 악재로 갈수록 우리 경제의 하방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데 감투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문제는 나갈 사람은 버티고 코드적이지 않은 사람들만 내몰리듯 나간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정부산하기관 임원의 거취와 관련, 퇴진과 유임의 구체적인 기준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한다고 한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이다. 근데 청와대 쪽에서 들려오는 ‘공공기관장 퇴출 기준’을 보면 너무 정치적 성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코드인사 논란이 또 다른 차원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 출신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정치이론가인 알베르 카뮈는 그의 ‘비망록’에 ‘정작 자신 속에 위대함을 지닌 자들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 문제는 자신 내부에 새로운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적고 있다. 퇴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는 청와대가 현 단계에서 할 일은 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이고 결정의 정당성은 절차가 올바를 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모든 공공기관장들은 일단 정권이 바뀐 만큼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묻는 게 순리다. 물론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기제를 보장하고 있는 300곳 기관장들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장은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그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마땅히 시정돼야 할 사안이지만 다른 한쪽에서 보면 대통령 당선에 공로를 세운 인사들로 채워지는 현실까지는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자가 새 정부의 비전을 잘 실천하는 길로 잘 가고 있다면 코드 인사라도 내칠 필요가 없다. 이 정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한번 둘러보자.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찬 1,149만여명의 백성들이 이명박 정부를 만들었지 않았던가. 이런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국민을 섬긴다는 것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이 주권자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머슴이 바로 공직자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통령 선거는 가장 ‘책임있는 머슴’을 뽑는 이벤트인 셈이다. 이 나라 백성의 반이 ‘최고 머슴’에 영남 지역 출신 이명박이라는 머슴을 선택한 것이다. 벌써 ‘으뜸 머슴’을 고용한 지도 며칠 있으면 한 달이 된다. 근데 그 머슴이 첫 작업을 한 게 중간 머슴들을 뽑는 것이었는데 ‘고소영’내각 등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실용을 앞세운 자기사람 기용 등 ‘인사가 만사’라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해 주인들의 심정이 영 편하지 않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 차원에서 코드는 다르지만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여겨지면 으뜸 머슴은 그 자리를 유지시켜주거나 중용하면 된다. 으뜸 머슴이 호조참판 한상률, 의금부 도사 임채진을 유임한 것은 그런 점에서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퇴출 기준이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인사권이 고유권한일지라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번에 퇴출 기준 등을 명확히 만들어 정권 교체 여부를 떠나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 연장 선상에서 차제에 청와대 내 ‘머슴학 개론’ 같은 과목을 설치해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시간씩이라도 궐내 머슴들이 청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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