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요한 G.피히테는 "어떤 철학을 선택하느냐는 바로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보통 우리는 철학자들을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위대한 철학자들의 삶도 정말 위대했는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물의 근원은 물(水)"이라고 한 현자(賢者) 탈레스는 사색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통찰했다. 결혼을 종용하는 어머니에게 젊어서는 "아직 결혼할 시기가 아닙니다"라고 했고 나이가 더 들어서는 "이제 결혼할 시기가 지났습니다"라고 했으며 왜 자식도 낳으려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자식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요"라고 대답했다. 반면 철학자도 사람인지라 인간적인 면을 숨길 수는 없었다. 완벽한 인간인 '군자'가 되라고 가르친 공자는 제자의 항의에 쩔쩔매기도 했고 아끼던 안연이 죽었을 때는 스스로 강조한 예법을 어기고 소리 내 통곡하기도 했다. 범신론의 대표적 사상가인 스피노자는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이 다른 남자에게 가 버린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우리는 신을 사랑하지만 신으로부터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그가 철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실연의 충격 이후라고 전해진다. 염세주의의 창시자인 쇼펜하우어는 헤겔과 원수처럼 지냈으나 칸트를 흠모해 그의 모든 생활을 본받았으며 철학교수와 여성을 혐오했고 의심 많은 성격 때문에 말년에는 오직 개 한 마리와 고독한 여생을 보냈다. 위대한 철학자라고 해서 삶까지 위대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삶의 결핍과 부족함에 대한 깊은 고민과 반성, 상념이 위대한 철학을 탄생하게 한 밑거름이 됐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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