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형 금융사들이 대규모 보너스잔치를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들은 줄줄이 부진한 3ㆍ4분기 성적표를 내놓고 있지만 임직원들에게는 여전히 두둑한 목돈을 챙겨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골드만삭스는 지난 3ㆍ4분기에 3억9,300만달러(주당 84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자 기업을 공개한 지난 1999년 이후로는 두번째로 손실을 기록한 것. 3분기 매출은 35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의 89억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들어 3분기 동안 골드만삭스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1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억달러에 비해 75%이상 감소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으로 돈 냄새가 나면 무조건 빨아들인다는 의미에서'뱀파이어 오징어'라는 독설을 들을 정도로 탁월한 수익창출 능력을 지녔던 골드만 삭스의 부진은 월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모기지 소송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3분기중 순익 62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깜짝 흑자전환을 발표했지만, 이는 자산매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트레이딩부문의 매출은 10억7,000만달러로 2분기에 비해 71%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 역시 트레이딩 매출이 2분기보다 28% 줄어든 38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시장 불안으로 투자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앞으로 18개월이내에 투자은행 부문에서 1,00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직원에 대한 급여는 여전히 다른 업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올들어 3분기 동안 전체 수입의 44%인 100억달러(11조3,000억원)를 임직원에 대한 급여로 사용했다. 이는 1인당 29만2,000달러 (3억3,000만원)꼴이다. 물론 1인당 급여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만달러(4억1,800만원)에 비해선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과다하다는 지적이다. JP모건의 경우도 같은 기간 1인당 급여는 29만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평균 가구당 연간소득은 지난해 기준 4만9,000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월가의 탐욕과 '대마불사(too big to fail)'관행에 대한비판이 커지고 있는 동안 은행들 스스로 쇠락하는 현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월가가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과다한 보수를 고집하고 워싱턴 로비에 치중하는 등 과거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사이, 금융산업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큰 변혁에 직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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