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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월가를 흥분시키고 있다.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자 월가는 글로벌 기업공개(IPO)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단돈 7,000만원으로 창업 14년 만에 미국 이베이와 아마존을 합친 것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자 마윈(잭 마) 회장에 대한 재조명도 활발하다.
알리바바가 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중 어디에 상장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가 아닌 뉴욕 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은 마 회장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차등의결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바바의 IPO 규모는 최대 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페이스북의 160억달러는 물론 지난 2010년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중국 농업은행의 219억달러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IPO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는 조달한 자금을 위어바오 등 금융산업과 유통물류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IPO 후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최대 1,600억달러(165조원)로 페이스북을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34.4%)와 야후(22.6%)이며 창립자인 마 회장이 지분 8.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를 통해 거래된 규모는 2,480억달러로 핀란드의 전체 국내총생산(GDP·2013년 기준 2,596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월가를 흥분시키고 있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 회장을 파이낸셜타임즈는(FT) '진정한 혁신가'로 꼽았다. 세계 2대 경제대국인 중국 내 온라인 상거래의 80%를 장악한 마 회장에 대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창조경영의 표본"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마 회장의 성공은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 속 가난한 청년 알리바바의 모습과 닮았다. '열려라 참깨'라는 한마디로 보물동굴을 열어 바그다드 최고 부자가 된 알리바바처럼 마 회장도 기업 간 거래(B2B)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며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1964년 항저우 경극협회 책임자의 아들로 태어난 마 회장은 가난하고 평범했지만 의협심이 강한 리더로 성장했다. 그 스스로도 성공의 비결을 "돈과 기술·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듯 돈이 없어 아꼈고 기술을 몰라 누구나 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계획이 없어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했다.
삼수 끝에 전문대학인 항저우사범대 영어과를 졸업한 후 6년간 항저우전자공업대 영어와 국제무역 교수로 교단에 선다. 창업을 꿈꾸던 마 회장의 첫 사업은 통역. 연금에 의존하는 퇴직한 영어교수들을 고용하겠다는 생각에 1992년 하이보통역사를 만들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1995년 미국 기업과의 분쟁 협상의 통역사로 오른 미국 출장길에서 인터넷을 처음 경험한 마 회장은 "인터넷은 분명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외쳤다. 1995년 5월 베이징에서 웹사이트 제작업체인 중국황예(www.chainapages.com)를 오픈해 인터넷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중국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 때문에 3년 만에 다시 항저우로 돌아갔다. 당시 야후의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이 야후차이나의 최고업무책임자(COO)로 마 회장을 영입하려 했지만 거절하고 B2B 사업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데 몰두했다. 1999년 2월 20평의 아파트에 모인 18명의 알리바바 창업자들은 50만위안(당시 7,000만원)의 자본금과 단돈 500위안(당시 7만원)의 월급으로 14년 만에 17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전자상거래 업체를 만들었다. 마 회장의 사업수완은 전설이다. 창업 6개월 만에 골드만삭스로부터 500만달러의 투자를 받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6분 만에 설득해 2,000만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마 회장은 승부사로서의 기질은 2003년 이베이의 중국 진출에 알리바바의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수수료를 없애고 무료광고를 허용하며 대응한 것과 광군제(솔로데이)라고 불리는 11월11일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하루 매출 6조3,000억원의 기록을 세운 것이 꼽힌다.
마 회장은 지난해 5월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후 18일 만에 유통물류 사업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마 회장은 지난달 25일 알리바바 IPO의 2%에 해당하는 3조원의 스톡옵션을 공동 창업자인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회장과 함께 환경오염과 보건의료 개선을 위한 공익기금으로 내놓았다. FT는 "맹목적으로 부를 좇지 않고 자신의 나라인 중국을 좀 더 나은 사회로 변화시키려는 그의 모습은 세계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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