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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제주도에 달을 띄우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공동작업<br>섭지코지 휘닉스아일랜드 내 설치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내 마리오 보타의 유리 건축물 '아고라'와 어우러진 한국작가 안종연의 조형물 '광풍제월'. 바다와 어우러진 자연, 낮과밤의 다른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제공=차주용 사진작가

회화와 조각을 넘나드는 여류작가 안종연(56ㆍ사진)은 어느 날 ‘미스터 안에게’로 시작하는 이메일을 받고 한참을 웃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출신 현대건축가 마리오 보타에게서 온 작품 의뢰였다. ‘빛의 건축가’로 불리는 이 거장은 자신의 건물에 어울리는 조형예술의 작가를 직접 지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순수하게 작품만 보고 안종연에게 공동작업을 의뢰한 탓에 그가 여자라는 것조차 미처 알지 못했던 것. 마리오 보타는 제주도 섭지코지에 20만평 규모 리조트 개발을 진행한 휘닉스 아일랜드로부터 클럽하우스 용도로 건축물 제작을 의뢰 받은 터였다. 낮에는 해가 되고 밤에는 달이 되는 조형물. 제주도, 섬의 동쪽 끝에서 바다 내음을 들이 쉰 작가의 머리 속에 이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그리고 당장 작업이 시작됐다. “작품 ‘광풍제월’은 비바람이 그친 뒤 고요해진 밤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형상화 한 것입니다. 거친 바람을 견뎌낸 뒤 말갛게 다스려진 달처럼 평화를 축원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데, 이는 세상에 대한 기원인 동시에 저 자신에 대한 소망이기도 하고요.” 제작 과정에서 실제 ‘거친 바람(風)’이 있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주 재료인 스테인레스 스틸의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올라 작가를 괴롭혔다. 올 초 전국을 뒤흔든 물류 파동으로 작업실이 ‘개점 휴업’ 상태를 겪기도 했다. 50일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양평에서 제주도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름 7m의 작품을 선적할 수 없어 오렌지를 쪼개듯 8조각으로 나누어 배에 실었다. 현장 설치에만 꼬박 12일이 걸렸다. 무게 6.5t의 대작이 육중함을 잊게 하는 빛의 투명함으로 유리 건물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조형미도 탁월하지만, 앞쪽에서 불어든 해풍이 작품을 통과해 지붕 뚫린 건물 위로 불어나가는 경험은 자연과 동화된 공공미술의 진정성을 구현하고 있다. 안 작가는 “공공미술은 장소의 의미가 중요한 만큼 동쪽 섭지코지에 온 순간 달을 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실현돼 흡족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밤이면 작품과 조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달무리를 이뤄 지난달 20일 개장 이후 벌써부터 관광명소로 꼽히고 있다. 빛과 물은 안 작가의 주된 소재. 따라서 그와 자연을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작가는 2000년 이후 무수한 점을 찍어 만든 평면작업과, 이슬 같은 구형의 유리조형을 통해 ‘빛의 여백’을 표현하고 있다. 물에 비친 풍경, 빛을 투과한 자연은 외부를 담고 있으되 내면을 반영하는 작품들이다. 안종연은 부산 동아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뉴욕 스쿨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순수미술(Fine Art), 공공미술(Public Art)을 공부한 뒤 1992년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뉴욕 록펠러센터, 1996년 성곡미술관, 2003년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수의 기획전에 출품했다. 2004년에 북경ㆍ상해 아트페어에 출품했고 2006년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등 미술관 전시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베이징의 예술특구인 따산쯔 현지 미술관에서 초청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제주=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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