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이 진정 주주들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해야 합니다. 안랩이 박근혜 테마주가 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저는 오늘부터 박근혜 테마주로 물타기에 들어갑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출마 포기 이후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됐던 대부분의 종목들이 지난 26일 하한가로 직행했다.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안랩 주주동호회 게시판에는 불안감과 패배감이 감돌았다. 1월 15만9,900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11개월 만에 3만원대로 주저앉은 주가에 투자자들은 대책을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의 씁쓸한 말로를 경험했는데도 투자자들은 별다른 교훈을 얻은 것 같지 않았다.
하루 뒤인 27일 안랩은 다시 반짝 랠리를 벌였다. 안철수 지지자들이 신당 창당을 논의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부터였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혹시라도 재출마 선언으로 랠리가 재개될까 매도 버튼 누르기를 주저했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안랩의 기업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대로 그가 대선출마를 포기했다고 해서 안랩의 기업가치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테마주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이성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 같지 않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을 고려해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문구는 모든 주식투자 바이블의 첫 장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원칙은 테마주 투자자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에 스톡론으로 투자했다가 기간 내 상환하지 못해 반대매매를 당한 규모만도 3,226억원에 달한다. 얼마나 더 많은 돈이 허공으로 사라져야 테마주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이성이 돌아올까. 앞으로 대선까지 정확히 3주가 남았다. 유력 대선 주자들의 대선공약 수혜주부터 친인척 관계로 엮인 종목들까지 정치인 테마주가 당분간 기승을 부리며 시장을 혼탁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혼탁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이내 사그라질 거품에 연연하지 말고 정석대로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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