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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부끄러운 국회파행

2005년 12월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그간 쟁점이 돼오던 사립학교법이 파행 속에 강행처리됐다. 평소와 달리 이날은 본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단상은 재빠르게 여당이 차지했고 한발 늦게 한나라당이 단상 좌우로 몰려들면서 몸싸움이 펼쳐졌다. 양당 의원들이 거칠게 밀고 당기는 가운데 국회의장이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했다. 정상적인 개회가 불가능하자 의장은 법안제안 설명도 생략한 채 표결을 선언했다. 난감했다. 이날 통과된 사학법은 사학재단의 이사정원을 7명으로 하고 그중 4분의1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충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 안은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간 여당과 민주노동당은 이사정원 9명에 3분의1을 개방이사로 충원하자는 안을 내세웠다. 결국 협상과정에서 여당이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한 만큼 당연히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져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우리는 고함과 욕설로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 표결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선 용납이 되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 동료의원 몇 분과 함께 재석버튼만 누른 채 찬반표결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불편한 심기를 소극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의원 한 분은 이걸 투표로 인정해야 하는지 거듭 문제 제기를 하면서 결국 재석 버튼조차도 누르지 못한 채 투표가 끝났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은 민주당이 어정쩡했다고 표현했다. 과연 우리가 어정쩡했는가. 파행으로라도 밀어붙이면 따라가야 하는가. 사학법 통과에 찬성한다고 해도 그 아수라장 속에서 한 표를 던졌어야 옳았을까. 문제는 파행으로라도 통과만 되면 법이 된다는 데 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통과된 법은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안이라도 제안해야 할까.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절차도 중요함을 가르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우리 국회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이지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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