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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지킴이] < 3 > 박기환 KOICA 시니어단원

탄자니아 ICT 문맹 퇴치, 인생 후반전 목표예요

31년간 엔지니어 근무 경험 살려

시스템 관리·컴퓨터 활용 교육 등 스마트 오피스 환경 만드는 데 앞장

"인생 이모작 통해 삶의 보람 찾았죠"

킬리만자로 주청에서 직원에게 컴퓨터를 교육하고 있는 박기환(오른쪽) KOICA 시니어단원.

"폭염에 전력사정도 좋지 않은 탄자니아에 왜 왔냐구요? 인생 후반전에 가치 있는 일을 찾아 뛰려고 왔지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를 품은 탄자니아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시니어봉사단원으로 활동 중인 박기환(60)씨는 이곳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연말 그와의 전화 인터뷰는 현지에서 거의 매일 발생하는 정전 탓에 끊김과 잡음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이어졌다. 그는 "탄자니아 봉사활동의 후반부가 되는 2015년은 이곳 현지인들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킬리만자로 관문도시인 모시의 킬리만자로주 청사에서 ICT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한 컴퓨터 기업에서 31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시스템 관리부터 여전히 수기 작업을 하는 일부 직원들의 컴퓨터 활용교육까지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만드는 일을 돕는다. 그가 직장생활 초년병 때 익혔던 기초적인 기술이 머나먼 아프리카땅에서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선진국 원조를 받아 관공서 등은 시스템과 네트워크 환경이 잘 갖춰져 있지만 관리와 활용 수준은 낮다"며 "개인별로 능력 차이가 크고 일부 직원들의 수동적인 태도는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우기 때는 주청사 서버실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바람에 서버들이 망가지기도 했다. 주청 담당자에게 데이터백업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1년 동안 개인별 맞춤식 교육을 한 덕분에 업무효율이 개선됐다"며 "처음에는 컴퓨터를 몰라서 찾아오는 직원들이 넘쳐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알아서 잘 처리한다"고 말했다.



박 단원의 원래 도전무대는 필리핀이었다. 탄자니아 파견 이전인 2011년부터 2년 동안 필리핀 네그로스섬에 위치한 깜시주립대에서 컴퓨터 강의를 돕고 4곳의 실습실을 개조하는 성과도 올렸다. 2010년 30년 넘게 다니던 직장에서 급작스럽게 명예퇴직하고 시작된 그의 겁 없는 도전이 필리핀에서 탄자니아로 쉼 없이 이어지자 가장 말리는 사람은 아내였다. 2년 동안 암 투병 생활을 이겨낸 아내의 만류도 소용이 없었다. "탄자니아에 오기 직전까지 6개월간 아내와 많은 갈등을 겪었어요. 하지만 늙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해야겠다는 고집에 결국 아내가 손을 들더군요."

하지만 탄자니아는 필리핀과는 또 다른 전쟁터였다. 모시 정착 직후에 두 번이나 도난을 당했고 무더위와 열악한 환경은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기온은 보통 30도를 웃돌고 한국과 정반대로 12~2월이 섭씨 35~36도를 오르내리는 혹서기의 절정이다.

힘든 시기 그를 도우러 온 구원자도 아내였다. 지난해 7월 탄자니아로 건너온 아내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돼준 덕분에 1년 남은 탄자니아 봉사기간을 더 충실히 채우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는 "새해에는 직원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현장 프로젝트를 찾아 결실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과의 교감과 소통도 신경 쓰는 부분이다. 지난 연말 성탄절 전일에는 현지 모시 한인교회 후원을 받아 주청에서 일하는 청소부·정원사 등 현지인 10명에게 쌀 한 포대씩을 선물로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해온 일이 무엇이든 해외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소중한 도움의 손길이 된다"며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은퇴 후 도전을 통해 보람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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