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0 대책이 발표됐다. 서울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양도세 비과세 보유 요건 완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확대 등 주택 거래 정상화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3년 넘게 이어지는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 가격이 하락해 서민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이지만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주택 구입을 꺼려 거래가 위축되면서 다양한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에 묶여버린 '하우스 푸어'들과 은퇴한 고령층, 서민 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하다. 주택산업과 부동산중개업, 이사대행ㆍ인테리어업체 등의 유관산업 종사자들도 경기 침체의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다.
장기 침체로 국민경제 전반 주름살
이런 연쇄적인 영향력은 주택부동산업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경제 성장과 내수 촉진,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주택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5ㆍ10 대책이 발표됐다.
5ㆍ10 대책 이후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지, 혹은 경기 반전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된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주택 정책만으로는 주택시장의 역동적 변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당분간 주택 경기가 바닥을 다지며 바닥이 긴 욕조형 국면을 거칠 것이라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주택 재고나 인구ㆍ가족 구조, 경제활동인구 동향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가구 수는 줄고 인구는 급속하게 노령화되고 있다. 또한 1인 가구, 부부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ㆍ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그들의 주거 실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을 소비하는 수요자들의 물량 규모나 패턴의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수요 변화에 맞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가 만연하던 시절의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성은 존재하고 유동성 증대 등에 따른 일부 지역의 가격 급등, 부동산 투기 재연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일반적 현상이 될 수는 없다.
주택 정책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주거 불안 확대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과거에 도입됐던 투기 억제책이라든가 개인의 1가구 1주택 소유 촉진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들은 당연히 철폐돼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는 어떤 주택을 어떻게 생산해서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팔아야 하는지를 정하는 주택의 생산ㆍ유통 관련 정책도 크게 바뀌는 것이 마땅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도 전환돼야 한다. 임대주택의 절대적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회악이 아니라 서민에게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유익한 역할을 담당하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폐지를
정부는 그동안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고자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18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시장의 신뢰만 잃었다. 이러한 정책은 주택시장 정상화와 임대시장 안정화를 위해 시급하다. 국회는 또 다시 한파가 찾아올까 겁내며 지난 겨울에 껴입었던 외투를 벗지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와 입장에서 떨쳐 나와야 할 것이다. 19대 국회가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적 초석을 놓길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