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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공복이 해야할 일

어떤 주부가 6일 동안 아파트 등기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900원밖에 되지 않았다 해서 화제가 됐다. 아파트 시공회사와 은행·등기소·구청·법무사 사무소 등을 10여 차례나 왕래하면서 등기권리증을 얻어낸 주부의 열의와 노고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등기소나 구청직원의 안내 불찰로 한번에 끝낼 일을 두서너 차례씩 방문해야 절차를 일러주더라는 말에도 동감이 간다.그러나 법무사로서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6일간 해당기관을 10여 차례나 내왕하면서 겨우 900원만 들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6일간 품을 들인 일당은 고사하고 전철이나 버스만 이용했더라도 그 교통비가 900원의 10배 이상은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에 한번 정도 하고 그만둘 등기를 6일간이나 품을 들여 직접 한다는 것은 「시간은 금이다」는 말에 비추어 비경제적이다. 공복이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복의 업무 중 가장 이용도가 높은 곳은 민원부서다. 민원부서에서는 각종 서식을 비치해놓고 민원인들에게 서류작성 방법과 처리절차를 안내해주면 된다. 2~3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서식 한두 장 정도를 대필하면서 절차를 안내해주는 정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그 이상의 안내나 대필은 공무원이 해줄 수도 없을 뿐더러, 민원인이 요구해서도 안된다. 특정 민원인 한 사람의 업무를 처리해주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설명하고 대서해주는 것은 진정 공복으로서의 임무가 아니다. 일부 민원인은 아파트 이전등기를 비롯, 상속등기 서류까지 등기소 직원들에게 작성해달라고 했다가 등기소 직원이 법무사에게 맡기라고 하면 법무사 돈벌어주려고 그러느냐면서 큰소리로 항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속등기를 하려면 상속지분·상속적격·협의분할·대습상속 여부 등 고도의 법률지식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것을 직접 하겠다고 가르쳐달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억대가 넘는 재산을 취득한 사람이라면 20만원 정도(0.2%)의 수수료를 들여서라도 전문가에게 맡겨 등기를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직접 등기했을 경우 잘못돼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추궁하거나 보상받을 길이 없지만 전문자격인에게 맡겼을 때는 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자격자들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복잡한 일을 숙련된 솜씨로 처리해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모든 공무원이 대행한다면 전문자격자가 필요없을 것이니 그 제도부터 없애야 할 것이고 공무원을 몇배 증원해야 할 것이다. 선량한 민원인들은 담당 공무원들에게 무리한 심부름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법제화해서라도 공복의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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