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20까지는 검토실에서 예측한 그대로였다. 흑19로는 그냥 빵때림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흑21이 서반의 기로인데 이세돌은 별로 시간을 쓰지 않고 제꺽 이렇게 쳐들어갔다. 백22는 당연히 이렇게 씌우고 싶은 곳.
'모자는 날일자로 벗으라'는 기훈에 따르자면 흑23으로는 참고도1의 흑1로 두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면 백은 2에서 4까지로 하변을 관통하는 바둑이 될 공산이 크다. 검토실에서는 이렇게 진행될 경우에 어느 편이 유리한가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세돌은 이 코스가 별로 내키지 않았는지 실번보의 23으로 변신했다.
"우변을 중시한 착상입니다."(목진석)
흑25 역시 검토실의 예측을 벗어났다. 검토실에서는 흑21을 어떤 식으로 살리느냐에 화제가 집중되어 있었는데…. 흑25는 참고도2의 백1이면 흑2로 우변을 크게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막상 흑2가 놓이고 나면 백이 우변의 흑진을 삭감하기가 지극히 어려워진다. 창하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즉시 백26의 헤딩을 서둘렀다.
"이세돌이 창하오한테 진 적도 있나?(서봉수)"
"제 기억으로는 없는 것 같은데요."(목진석)
목진석이 홍보부에 문의했더니 현재 이세돌이 창하오에게 11연승중이라는 회신이 왔다.
"그 정도면 완전히 밥이로구먼"(서봉수)
"문제는 이세돌의 컨디션이에요. 요즈음 심사가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목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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