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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환율방어 '물밑 작전'

이달들어 남몰래 엔화 팔며 외환시장 개입 포착<br>"국제비난 회피·시장에 경각심 주기 위한것" 분석


지난달 31일 7조5,000억엔 규모의 대규모 엔화매도 개입을 단행한 일본 정부가 이달 들어서도 남몰래 엔화를 내다팔며 환율을 방어하는 잠복 개입, 일명 '스텔스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이 개입 사실을 공표하고 하루 만에 수조 엔을 시장에 투입하는 대신 장기간에 걸쳐 '티 안 나게' 환율을 방어하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관계자들을 인용해 일본 재무성이 지난달 31일의 공개 시장개입 이후 지속적으로 '스텔스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 이 같은 관측이 나온 이유는 개입 전후의 환율 추이가 과거의 단발성 단독개입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4일의 시장개입 당시에는 4조5,000억엔 규모의 엔화매도 개입 후 사흘도 안돼 제자리로 돌아왔던 엔화 가치가 이번에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상대적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31일 한때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75.31엔까지 치솟다가 대규모 시장개입으로 단숨에 79엔대까지 급락한 엔화 가치는 지난 8일 이후 77엔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개입효과가 보기 드물게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이탈리아발 위기가 고조되며 시장이 들썩거린 점을 감안하면 안전자산으로 인기가 높은 엔화가치가 급반등하지 않았다는 것은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개입의 정황도 포착됐다. WSJ은 일본의 단기금융시장 조사업체인 토탄리서치가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통계를 근거로 실시한 분석 결과, 지난 31일부터 한 주 동안 일본은행을 통해 이뤄진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총 8조7,000억~9조1,000억엔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10월31일 당일의 대규모 개입을 제외하고도 상당한 금액이 시장에 투입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은 1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텔스 개입'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 말한 대로 행동하고 있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본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아즈미 재무상은 앞서 개입 공표 당시 지속적인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달러당 76~77엔대의 환율은 적절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과거 단발적인 대규모 개입정책을 써 왔던 일본이 스텔스 개입 전략으로 선회한 데 대해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토탄리서치의 카토 이즈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스텔스 개입이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회피하는 동시에 시장에 지속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환율을 방어하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가 수시로 시장에 개입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투기적인 엔화 수요는 어느 정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발행 채권을 매입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대신 유럽과 미국이 일본의 환율개입을 눈감아 주기로 하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노무라증권의 외환매니저인 아미쿠라 히데키는 "시장개입과 TPP, EFSF 채권 매입을 맞바꾸는 정치적 거래는 아주 그럴듯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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