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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학벌제일'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

■ 지배받는 지배자 (김종영 지음, 돌베개 펴냄)

지식인 대접받는 美 유학생, 미국선 학계에 종속된 '식민인'

저자 15년간 130명 심층탐구로 한국 대학의 폐쇄주의 고발

"실력 위주 교수채용·개방적 연구풍토 등 美 대학 본받아야"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계층 이론에 따르면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은 자본가와 지식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중에서도 자본가가 으뜸이다. 그 밑의 지식인은 '지배받는 지배자'로 표현된다. 자본가와 함께 대중 위에 군림하지만, 그들 사이에선 하위계층이라는 의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개념을 미국 유학파 지식인에 적용해 또 하나의 '지배받는 지배자'라고 명명한다. 기업과 학계에서는 지식인 엘리트이자 미국과의 중간자(미들맨)이지만, 필연적으로 미국 학계에 종속되는 '식민성'을 지적한다. 지난 15년간 2차례에 걸쳐 130여명을 심층면접한 결과다.

김 교수는 양국의 국력, 학계의 격차가 커질수록 이들 지식인에게 더 큰 권력이 집중된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 대학은 지난 20세기 이후 세계 학계의 절대적인 패권을 행사하고 있다. 단순하게 세계 100대 대학 순위만 따져도 절반 이상이 미국 대학. 양으로나 질로나 크게 앞서는 미국에 당연히 더 좋은 교수와 학생이 몰리고, 그 가운데 한국 같은 변방국의 입지는 좁다. 정치·경제·군사적 '패권국가' 미국, 거기에 세계화 속 언어자본으로 기능하는 영어까지 더해지면 미국 유학파의 입지가 갈수록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득세하게 된 책임의 절반은 폐쇄적인 우리 학계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학벌사회' 한국에서 출신대학은 '인종적 지표'에 버금간다. 한국지역(로컬)의 학벌 권위에 세계적(글로벌)인 대학의 박사학위를 얹으면 강력한 문화자본, '글로컬 학벌 체제'를 형성한다. 폐쇄적이고 비합리적이지만 강력한 권위를 가진 집단이 된다.



역설적인 것은 한국에서 미국식 연구가 어렵다는 것. 이 지식의 변방에서 미국의 최신 논의와 연구방법론은 너무 앞서 가 적용이 어렵고, 일껏 접점을 찾아내도 그 사이 미국에서는 유행이 지난 이론일 경우가 많아서다. 이래서야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는 커녕, 국내에서도 재미를 보기 어렵다. 특히 정부·기관에서 SCI(톰슨 로이터사가 만드는 저명한 학술지 색인)급 영어논문과 인용 횟수를 강조하고, 동시에 국내 학술지에 낼 논문을 함께 써야 하는 '(학술적 성과) 인정체계 이원화'도 문제다.

한국 대학의 연구 지원 및 인력 부족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연구자들을 미국으로 떠나게 하는 악순환 고리의 한 축이다. 2012~2013년 기준으로 7만 명이 넘는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의 수도 이를 방증한다. 인구 13억의 중국이 23만 명, 12억의 인도가 9만 명 정도. 인구 비율로는 중국의 8배, 인도의 18배에 달하는 학생들이 미국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자신도 미국 유학파 지식인인 저자는 미국 대학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온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철저히 실력 위주로 교수진을 뽑고, 연구에 있어 줄을 세우지 않는 개방적인 연구 태도, 규범을 지키면서도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한국과 미국 명문대 학위라는 조합을 '멤버십'으로, 학계를 인맥·조직문화가 팽배한 비합리적 집단으로, 다시 학문적 폐쇄주의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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