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병원정보 시스템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문화와 지식을 교류하는 동반자를 얻었네요."
지난달 국내 종합병원과 통신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방위부 소속 병원과 병원정보 시스템 공급계약을 맺을 때 현지 관계자가 밝힌 소감이다. 그의 말처럼 이번 계약은 의미가 컸다. 앞선 정보기술(IT)·서비스가 융합된 한국형 병원정보 소프트웨어가 중동시장에 첫 진출해 다방면으로 교류를 넓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해외 의료 서비스 시장은 아직까지 선진국들의 독무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이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나마 몇몇 기업이 좌지우지할 만큼 시장이 편중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내 병원·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병원정보 시스템을 수출한 것은 힘겨운 도전 끝에 거둔 값진 결실이다. 그동안 정부가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지원해왔지만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애로가 많았다. 뛰어난 IT와 의료 서비스 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수 업체에 비해 프로젝트 수주·수행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었다.
이번 성과는 민관 협력의 첫 작품인 만큼 향후 수출확대를 위한 전범(典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정부 부처·기관과 병원, 대·중소기업이 처음부터 수출을 목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완벽에 가까운 설명·시연회도 진행됐다. 수많은 해외 병원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해온 KOTRA는 발주처와 컨소시엄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KOTRA가 프로젝트 발굴부터 실사까지 모든 과정을 성의를 다해 지원해준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또 컨소시엄 업체가 시스템 설계·운용에서 중동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접근한 것도 발주처에 신뢰를 줬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미국·유럽 업체들을 제치고 사업을 따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번 계약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병원정보 시스템, 몽골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제4차 병원 건립, 브라질 병원 건립 등 여타 프로젝트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0년부터 내년까지 병원 턴키 프로젝트 시장이 3,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만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형 의료 시스템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를 계기로 해외 의료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인력도 많이 배출되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의학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많다. 이들이 해외 의료 서비스 시장의 개척자로 나선다면 의료 인력의 해외진출은 물론 우리나라가 의료관광 허브로 입지를 다지는 데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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