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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평균의 함정

어떤 상황을 단순명쾌하게 이해하고 싶을 때 우리는 흔히 ‘평균’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평균키는 173㎝다. 평균치를 비교하면 고교 3년생 남자의 평균키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컸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평균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면 어이없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고교 3년생의 평균키가 173㎝라고 해서 옷을 다 그 치수에만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173㎝보다 크거나 작은 경우는 무수히 많다. 경제현상을 이해하는데도 수많은 평균수치를 쓴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오는 것이 1인당 세금부담액이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세금은 평균 356만원이다. 이 수치도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 우선 세금액이 해마다 사상 최고치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금부담액이 또 사상 최고치로 늘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세부담 사상 최고’라는 표현은 성장기 아동의 키를 놓고 ‘올해 우리 아이의 키가 사상 최고’라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조세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몰라도 적절한 표현이 못된다. 1인당 세금부담액이 356만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만큼씩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다. 우선 가계는 법인세ㆍ관세 등은 내지 않는데 통계에는 이들 세금도 모두 포함돼 있다. 근로자 가구가 내는 근로소득세와 자영업자 가구가 내는 종합소득세의 경우, 과세 대상자의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사실 조세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형평성이다. 평균 세금액이 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세금이 줄어드는 사람도 있고 늘어나는 사람도 있다. 도시근로자 가구가 소득에서 내는 직접세 비율을 따져보면 저소득층은 최근 5년간 그 비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고소득층은 주로 늘었다. 한마디로 조세형평성이 나아졌다는 얘기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경제도 성장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로 지적받아온 조세형평성도 개선되고 있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 ‘평균’이라는 수치 개념에 대한 몰이해다.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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