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업시장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기업들이 구직자의 영어회화 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기존 토익(TOEIC) 위주의 영어평가 대신 영어 면접이나 말하기 시험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 이에따라 구직자들은 토익 일변도에 치우쳤던 영어학습 방향을 영어면접 등에 대비해 회화 중심으로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절반 이상 영어면접 실시= 취업ㆍ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업종별 10대 기업 위주로 총 13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52.9%가 영어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기존 영어능력 평가도구인 토익이 실질적인 회화능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직접면접을 통해 영어능력을 평가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입사지원 때 토익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43.3%로 절반에 못 미쳤다. 53%의 기업이 영어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채용과정에서 토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영어면접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네이티브 수준 원하는 것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영어면접에서 ‘네이티브(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지난 2000년부터 영어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이인기 차장은 “영어면접이 전체 채용절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며 네이티브 수준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SK에너지 인사팀의 한 관계자도 “영어면접은 허들처럼 ‘넘거나 못 넘거나’ 하는 식이 아니라 가점이나 감점을 주는 정도며, 영어면접에서 탈락시키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영어면접관은 외부에서 외국인을 초빙하거나 회사 직원 중 영어 능통자가 참여하기도 한다. 지원자 한 명 당 면접시간은 대개 5~10분 정도 걸린다. 영어면접의 주제는 간단한 신상에서부터 업무관련ㆍ시사 문제까지 다양하며 기업들은 지원자의 능력에 맞춰 질문의 난이도를 조절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영어면접 질문의 난이도는 상ㆍ중ㆍ하로 나뉘며 쉬운 질문을 던진 뒤 답변을 듣고 지원자의 수준을 파악해 질문의 난이도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고 소개했다. ◇예상답변 큰 틀만 사전에 준비= 지난해 경력직으로 엠넷미디어에 입사한 정석진 대리는 지금까지 영어면접을 모두 다섯 번 치렀다. 영어권 국가에 체류한 경험이 없는 정 대리는 영어면접을 준비한 비법으로 해외 취업사이트를 꼽았다. 정 대리는 “해외 취업사이트에는 예상질문과 답변, 취업 인터뷰 문답 사례 등이 영어로 올라오기 때문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표현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일정이 잡히면 15~20개의 예상 질문을 뽑아 준비했지만 답변을 만들어 달달 외울 경우 티가 나기 때문에 키워드 중심으로 답변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남 파고다어학원에서 취업 인터뷰 과정을 강의하는 피터 천 강사도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의 큰 틀은 사전에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정해놓되 구체적인 부분은 현장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며 “특히 난이도 높은 질문에 대비하려면 영자지를 참고해 시사이슈에 대해 여러 명이 영어로 논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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