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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1월 17일] 조기 방학 왜 못하나

지난 2002년 11월. 중국 전역은 중증급성호흡증후군(사스ㆍ코로나 바이러스)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혼란에 휩싸였다. 2003년 7월까지 유행하며 8,096명의 감염자를 내고 774명을 사망하게 한 이 바이러스는 당시 중국인에게는 어떤 무엇보다도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감염자ㆍ사망자가 늘어났지만 이를 예방할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법을 찾을 수 없어 모두가 우왕좌왕했다. 불신의 골도 깊었다. 어떤 성(省) 혹은 도시에서 몇 백명이 죽었고 일부 불순세력들이 고의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느니 등등의 근거 없는 소문도 꼬리를 물고 돌아다녔다. 中 '사스'때 시기 놓쳐 禍 자초 당시 베이징에서 생활한 기자도 정부의 대책을 신뢰하지 않았다.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감염의 주범으로 오해하며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로 감염자ㆍ사망자가 급속히 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걱정을 넘어 두려움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다른 누가 기침만 해도 신종플루라고 놀리거나 상처를 주기 일쑤다. 7년 전 중국의 상황과 별반 다른 게 없다. 다시 시계를 7년 전으로 돌려보자. 사스 발병 초기인 2002년 11월 중국 정부는 결정적인 판단 미스를 하나 한다. 조기방학에 관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동절기를 맞아 사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설마 하며 학교 수업을 강행했다. 결국 화(禍)를 자초했다. 봄이 돼도 사스가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자 중국 정부는 휴교령을 선포했다. 사람들의 도시 간 이동을 막는 웃지 못할 수단까지 동원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됐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신종플루로 인한 전염병 위기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높였지만 집단 발병의 온상으로 변한 학교 휴업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신종플루가 집단 발병한 곳은 총 4,295곳으로 이 가운데 학교가 4,176곳이나 포함돼 있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유는 뭔가. 답은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권을 각 학교장에게 위임하니 소신껏 결정하지 못하고 서로의 동향만 살피고 있다. 한 학교가 조기방학을 할 경우 쏟아질 의혹의 눈초리가 무서워 결단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기방학을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지금은 아이들이 감기에 가장 많이 걸리는 동절기다. 중국에서 사스가 확 퍼진 시기도 이 때다. 이 시기에는 가능한 한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연구사례가 또 있다. 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미국에서만 55만명이 사망했다. 당시 미국 사회는 도시별로 대응방법이 달랐다. 독감이 지난 후 결과를 분석해보니 학교 폐쇄, 군중이 모이는 집회 취소 등의 조치를 한 도시의 사망률은 감소한 반면 반대의 경우는 사망률이 높았다. 집단 감염 막는 것이 최선책 지금은 남의 시선이나 수업 일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계절성 독감이 유행하고 신종플루 감염자도 더욱 급격히 늘어날 것은 뻔한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는 타미플루를 먹는 것보다 집단 감염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백신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당장 정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만약 서둘지 않으면 사스의 경우와 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내년 봄에 가서 휴교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제때 방학만 했더라면 사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라고 후회한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뭘까. 때 늦은 후회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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