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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 부동산개발에 혈세 지원해달라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좌초 위기에 몰린 용산 역세권개발사업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코레일은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관련방안을 제시할 모양이다. 최근 증자에 실패한 드림허브는 이달 말 자본금을 다 까먹게 돼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숨 넘어가는 상황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 같은 장기계획을 뜬금없이 제시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지원을 받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국세인 법인ㆍ소득세는 물론 취득세 같은 지방세도 감면되고 개발사업 인허가 규제도 덜 받게 된다. 민간사업을 사실상 공공개발 사업으로 전환해 국민 혈세를 지원 받겠다는 얄팍한 심산인 게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인 용산 프로젝트는 경제자유구역의 취지에 어긋난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 기업의 경영환경과 정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그린필드(공장신축)형 외국인 투자유치가 첫번째 목적이다. 구역 내 부동산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기업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다. 구역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린필드형 투자유치가 요구되지만 용산 같은 금싸라기 땅에 공장을 짓겠다는 외국 기업이 있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서울 한복판에 경제자유구역을 두는 것은 지역 균형개발을 유도한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부동산개발사업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것은 사업실패를 국민 혈세로 메우겠다는 도덕적 해이나 다름없다. 그러지 않아도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은 좁은 국토면적에 비해 6곳으로 너무 많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새로 신청한 4곳 가운데 강원도와 충북 2곳은 추가 지정을 앞두고 있어 더 늘어날 처지다.

3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용산개발사업은 공기업인 코레일이 주주이자 부지 제공자로 참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간 프로젝트다. 개발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주주들이 져야 한다. 공기업이 용산 개발에 참여한다고 해서 특혜를 줄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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