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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생사여탈권 채권단 손에

제철 패키지 매각 실패… 자율협약 추진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생사여탈권을 결국 채권단이 쥐게 됐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동부제철이 핵심 자구안인 동부 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 당진) 매각에 실패하면서 채권은행 주도의 반강제적 구조조정 방안인 '자율협약'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당장은 경영권이 보장되는 자율협약 프로그램이 동원되지만 신속한 구조조정이 뒤따르지 못하거나 2금융권과 상거래채권 등의 상환 요구가 일시에 몰릴 경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철 외에 동부건설 등 다른 계열사들도 당분간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질 것으로 보여 그룹 전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 부행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23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만나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자율협약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며 "동부그룹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자율협약이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방안 중 하나인 자율협약은 기업의 신청을 조건으로 하지만 사실상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르면 이번주 중 동부제철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채권단이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 방식으로 자율협약을 확정한다.

이후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면밀한 실사 후 긴급자금 지원 등을 대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동부제철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자율협약을 제안한 것은 포스코가 이날 동부그룹 자구안의 핵심인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은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 당진을 개별매각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6월 중 동부발전 당진의 우선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은 자율협약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된다. 다른 계열사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채권단이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요구해 금융계열사에도 이번 구조조정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류 수석 부행장은 "동부그룹 전반의 구조조정 계획 변경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동부 계열사 중 동부제철의 유동성이 문제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날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 추진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문제가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돼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동부제철은 채권단 공동관리가 예정돼 있어 회사채 투자자들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3월 말 현재 전 증권회사에서 판매한 동부제철 발행 회사채 등의 투자자는 1만1,724명(3,205억원)이며 개인투자자가 1만1,408명으로 97.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동부증권을 통한 투자자는 6,551명(1,957억원)에 달한다.

이에 앞서 동부제철은 다음달 7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24일 열리는 차환발행심사위원회에 차환발행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금융투자 업계 등 차심위 구성주체들이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은 오는 8월에도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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