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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가위 마음만은 넉넉하게
입력2000-09-09 00:00:00
수정
2000.09.09 00:00:00
[사설] 한가위 마음만은 넉넉하게민족의 명절 한가위 연휴가 열렸다. 주말까지 보태져 이번 한가위 연휴는 기간도 넉넉하다. 이미 3,000만명의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하늘과 바다와 땅의 길이란 길은 모두 귀성인파들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비행기로라면 미국에도 갈 수 있는 시간을 길에서 소비하면서 고향을 찾아나선다. 두 다리가 교통수단이었던 시절 걸어서 가듯이 간다. 막히고 붐벼도 귀향길은 즐겁기만 하다. 세월이 아무리 바뀌어도 바뀔줄 모르는, 아니 더 강렬해지는 귀향의 열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어머니의 품속을 찾아가는 길과 같다. 도회에서 지친 몸들이 안식을 찾아가는 행렬일 수도 있겠고, 낳아서 길러준 고향에의 고마움을 되새기는 향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한가위 귀성열기는 고유한 민족적 에너지의 분출이다.
올해 한가위는 계절적으로 빨리 찾아와 예년에 비해 햇곡이나 햇과일이 풍성하지는 않다. 그래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들녘에서 비바람을 이겨낸 오곡백과들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중국산 납꽃게 파동이 겹쳐 제수품 고르기가 심란하기도 하다. 추석물가가 뛰었다고는 하나 그것들이 어찌 가족 친지의 끈끈한 정리와 조상을 섬기는 정성을 덜하게 할 수 있으랴.
경제도 시원치 않고, 정치도 답답하게 돌아가고 있다. 의료대란도 풀리지 않아 배탈이라도 났다가는 「어머니 약손」에 치료를 맡겨야 할 형편이다. 하나 귀성길에서는 시름 대신에 풍요롭고 오붓한 정담이 넘친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던 실향민들도 이번 한가위에는 마음이 한결 느긋해지리라. 8·15이산가족상봉에 이어 머지않아 한 두차례 또 상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고 서신교환 면회소설치 등 지속적인 상봉의 절차들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가위는 언제나 또 누구에게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웃을 생각하게하는 명절이다. 귀향길의 선물 보따리나 이웃과 나누는 정의 무게는 저울로 달 수 없다. 저울의 무게보다는 가슴의 무게가 훨씬 무겁게 마련이다. 그런 한가위 정신만 있으면 우리에게 풀 수 없는 갈등은 없다.
다만 무질서와 무경우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차고 넘치는 추석인심만큼 시민의식도 꽉 채워졌으면 한다.
한가위가 우리 모두 정신적 여유를 되찾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너와 내가 함께 화해와 평화를 합창했으면 한다. 가는 길은 물론 돌아오는 길에도 그런 풍요로운 마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2000/09/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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