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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보통국가로서의 책임

파이낸셜타임스 10월24일자

지난달의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실패로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비록 안보리 진출 실패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즉각 일본의 유엔 분담금 삭감 요구를 다시 들고 나왔다. 마치무라 노부타가 일본 외상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시작되는 2007~2009년 분담금 협상에서 일본 분담액의 재조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의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일본이 미국을 제외한 영국 등 안보리 4개 상임이사국의 분담금보다 많은 19.5%의 분담금을 내는 것은 분명 불공평하다. 이는 일본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14%보다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 진출에 실패해 유엔 분담금을 낮추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외교전략이 아니다. 이것은 또 일본을 ‘보통 국가’로 만들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목표에도 맞지 않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주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에 한국과 중국은 일본과의 외무장관 회담을 취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상호 의존성이 높은 아시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민족주주의 재부상은 한중일 3국 모두에 위험하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과거에 대한 반성 부재로 일본은 일본의 안보리 진출을 반대하는 국가들에 완벽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신들이 쏘아올린 우주선이 지구로 무사귀환하는 날에 고이즈미가 야스쿠니를 참배했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전후 보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인들의 의견은 크게 나뉘어져 있으며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참배에 정치적 의미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이즈미는 야스쿠니를 개인 자격으로 찾았고 방명록에 총리라고 기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제스처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이나 분담금 삭감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일본의 안보리 진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유화적인 조치를 통해 동북아의 평화를 증진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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