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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위기 불길 확산] 유럽 지도부 위기 해법 사분오열

스페인·이탈리아 등 금융 동맹 반대 독일 맹비난<br>유로존 시스템 총체적 난맥상 속 프랑스·이탈리아 정상회담 주목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유럽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위기 국면을 맞아 한목소리로 해법을 도출하기는커녕 오히려 역내 양극화 문제와 자국 이기주의 등 뿌리깊은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유로존 시스템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긴축정책을 고수하며 금융동맹 등에 반대하는 독일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전쟁'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유럽 통합을 위해 재정과 은행연합(banking union)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 방안에 반대하는 분데스방크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로마에 있는 하원 의회에서 "유럽이 중요한 순간에 와 있고 무엇보다 지금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남유럽을 대표하는 두 국가 정상이 오는 28일 있을 유럽 정상회의 이전에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형성해 독일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럽 정책 관계자들이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어 재정위기 해결 전망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유로존 내 금융 동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긴축 반대-성장 중시'를 요구하는 진영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반(反)긴축의 선봉장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포기할 경우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를 강제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리자 집권으로 그리스가 기존의 구제금융안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사전 경고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유럽 지도부가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각국 간 감정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페르난도 히메네스 라토레 스페인 재무차관은 이날 핀란드가 스페인의 부실 은행 일부를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전날 '이탈리아 구제금융설'을 제기했다 이탈리아의 반발로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스피로 스피로소버린스트레티지 상무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은 유럽의 정치ㆍ금융ㆍ경제 기반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불협화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14일 예정돼 있는 올랑드 대통령과 몬티 총리 간의 회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긴축보다 성장에 중점을 둔 두 정상 간의 회동에서 어떤 말이 오갈지 관심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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