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기전자(IT)와 일부 내수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1ㆍ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사들의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3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68곳 가운데 비교 기능한 635개사의 국제회계(K-IFRS) 개별 기준 1ㆍ4분기 매출액은 291조4,9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4%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64%, 8.92% 줄어든 16조1,824억원, 15조1,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7.24%)보다 1.69%포인트 낮아진 5.55%에 그쳤다. 1,000원 어치를 팔아서 55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업종별로는 IT와 내수주 등 일부 업종을 빼곤 대부분의 수익성이 나빠졌다. 삼성전자 등 IT주가 몰려있는 전기전자 업종은 올 1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58%나 급증했다. 유통과 음식료품 업종도 영업이익이 각각 13.95%, 9.38% 늘었고, 제지업체들이 포함된 종이목재의 경우 무려 238.84%나 증가했다.
반면 섬유의복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이 4.05%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63.10% 급감했다.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철강금속(-50.41%)과 화학(-38.27%)업종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며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제약업종도 정부의 약가인하정책에 따라 영업이익이 58.06% 급감했다. 그 외 건설업(-20.90%)ㆍ통신업(-14.12%)ㆍ서비스업(-10.53%) 등도 영업이익이 줄었고, 운수창고업과 의료정밀업은 적자전환하는 등 상장사들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됐다.
서영완 KRX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 팀장은 “모바일기기 등 IT제품 수출 증가와 기계업종 수주여건 개선, 지난해 말 이후 펄프가격 하락에 따른 제지업종 실적 호조로 상장사들의 전체 매출이 늘었다”며 “반면 섬유ㆍ제약ㆍ음식료ㆍ통신 등의 흑자폭이 줄어들면서 전체 영업이익률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로의 실적 쏠림 현상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1ㆍ4분기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84.18% 급증한 4조5,113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많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88% 늘어난 1조3,3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위를 차지했다. 기아자동차는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3.88% 줄어든 4,577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순위로는 8위에 올랐다. 특히 전체 상장사의 영업이익에서 이들 3곳이 차지하는 비율은 38.9%에 달했다. 지난해 20.5%와 비교할 때 실적 쏠림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그 외 삼화페인트공업ㆍ샘표식품ㆍLG전자는 1ㆍ4분기 순이익이 20배 이상 늘어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으로는 NHN(44.24%)ㆍKT&G(37.55%)ㆍ강원랜드(36.58%)ㆍGKL(30.23%) 등이 있었다.
한편 K-IFRS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185개사 중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165개사의 연결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1ㆍ4분기 매출액은 389조9,6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이익과 연결순이익은 각각 24조5,505억원, 19조4,306억원으로 8.26%, 8,49% 줄었다.
연결 기준 실적을 제출한 코스닥 기업 82개사의 경우 1ㆍ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6% 증가한 4조4,6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연결순이익은 각각 16.97%, 9.26% 감소한 2,545억원, 1,956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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