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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폭락에 울던 러시아, 이제는 너무 올라 고민

통화가치 올들어 20% 상승

원유수출대금 급감 4년來 최저

재정적자 GDP 2%대로 늘 듯


지난해 말 루블화 폭락으로 경제위기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러시아가 통화가치 진정으로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루블화 강세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곤두박질쳤던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올해 들어서는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달러화 대비 가치가 연초 대비 반토막 날 정도로 하락해 12월 한때 달러당 70루블이 붕괴됐던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20%가량 상승해 이날 현재 1달러당 51루블대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저금리로 끌어온 돈을 루블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2%의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루블화 강세가 원유 수출금액 감소를 초래해 러시아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가치 폭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기준금리를 단번에 6.5%포인트나 올리는 강수를 둔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이번에는 치솟는 루블화 가치가 경제당국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달러화 기준 유가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루블화로 환산한 러시아의 원유 수출대금은 통화 강세로 인해 지난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유 수출대금의 감소는 고스란히 러시아의 재정악화로 돌아온다. 블룸버그는 올레그 쿠즈민 르네상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루블화 가치가 1달러 대비 1루블만 올라도 재정수입이 800억루블 줄어들게 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루블화 약세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내로 억제됐던 러시아의 재정적자 비중은 올해 2%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블룸버그의 전문가 조사 결과 러시아의 재정적자 비중은 GDP 대비 2.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월 조사 당시의 2.5%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그 사이 오른 루블화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루블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도 12%나 추가 상승했다.

모스크바 소재 알파캐피털의 블라디미르 브래긴 리서치 대표는 "러시아의 예산 사정을 고려할 때 루블화 가치는 이미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 불편한 수준까지 오른 상태"라며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적자예산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루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블화 강세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시장 일각에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화를 사들여 루블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예산 확대를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펼 경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면서 장차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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