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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발언대/6월 4일] 경제위기와 '빨리빨리' 신드롬

정송학(서울 광진구청장)

1년 이상 암울한 소식만 가득했다. 경제 얘기다. 해외 언론과 경제기관에서는 미국발 경제위기에 한국이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비관론이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암흑 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조금씩이나마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발신지는 한국을 비관하던 해외 언론들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최근 잇따라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 회복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뉴욕에서 7,0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좋은 소식이 피어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세계 경제가 어떤 회복 과정을 거치게 될지를 미리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한국인들의 급한 성질을 대변하는 말이다. 과거에 이 말은 ‘성장제일주의’에 빠진 한국인들의 조급증을 비꼬는 말이었다.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참사 등도 ‘빨리빨리 병’이 낳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 이후 한국의 ‘빨리빨리’는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이 IT강국이 된 것은 한국인의 급한 성미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역시 국내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빨리빨리’라는 우리말을 써가면서 “속도가 중시되는 시대에 ‘빨리빨리’는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한국 네티즌들은 3초 이상 웹 페이지가 열리지 않으면 사이트를 옮긴다. 기업들은 ‘빨리빨리’를 구현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빠른 민원처리를 위해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외면받고 도태된다. ‘속도’는 양과 질을 넘어 4차원인 ‘시간’을 담고 있다. ‘스피드’가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열쇠를 국내 대기업들은 ‘스피드 경영’에서 찾고 있다. 한 기업은 강한 자보다 빠른 자가 살아남는다는 ‘속자생존(速自生存)’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이 ‘빨리빨리’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달리는 엔진에 더욱 기름을 부어야 한다. ‘빨리빨리’의 경쟁력을 살릴 때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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