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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0월 19일] 공무원노조와 정부의 역할

지난 9월22일 전국공무원노조ㆍ민주공무원노조ㆍ법원공무원노조가 하나로 뭉쳐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틀 동안 시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노동조합 통합투표에는 89.6%가, 민주노총 가입에는 68.4%가 각각 찬성했다. 3개 공무원 노동조합원 등이 단결과 연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노조통합보다는 민주노총 가입결정이다. 정부는 민노총에 가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 공무원의 단체교섭권과 단결권은 보장하되 공무원의 정치투쟁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공무원들이 시국선언을 하거나 특정 정당의 이념을 옹호하는 행위, 특정 정당과 연대해 반정부 시위와 집회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규정을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또 공무원노조가 지방선거 전에 자치단체장 후보들과 불합리한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체협약 공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민간노조와 연대해 불법 집단행동과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무원의 직무특성상 정당활동이나 선거개입 등 정치적 기본권의 일부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 자체를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가입 후 민간노조 활동에 동참하게 되기 때문에 위법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의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응책은 법적인 규제조치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공무원노조와 노사관계에 대한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정책과 전략이 결여된 규제 중심의 법적 대책은 또 다른 불씨를 자아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를 논할 때 빙산이론(Iceberg Theory)이 제시된다. 노사관계는 빙산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빙산의 몸체는 수면 밑에 잠겨 있고 수면 위에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사관계도 실체의 대부분이 숨겨져 있다. 무엇 때문에 지방공무원을 주축으로 한 통합노조가 절대적 찬성 하에 탄생하게 됐는가. 왜 강성노조인 민노총 산하로 가입하게 됐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성찰과 함께 공공노사관계 '본체'에 대한 심도 있는 진단ㆍ처방이 있어야만 한다. 새로운 제도나 법을 마련하고 규칙이나 규범을 제정하기만 하면 곧바로 바람직한 노사관계가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정책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대응한 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사관계의 본체는 무엇인가. 노사관계는 눈에 보이는 유형적 물질관계가 아니다. 노사관계는 인간의 이해관계이며 심리적이고 역학적 거래관계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사관계의 핵심은 이해와 신뢰를 주축으로 한 '교섭과 타협관계'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노사관계는 노사 간 인식의 공감, 공존공영에 대한 공유된 비전 그리고 발전에 대한 강한 신념 등 노사 간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교섭역학 관계가 본체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내면적인 모습이 올바르게 확립되지 않는 한 아무리 노사관계 제도나 법이 구비돼 있어도 상생적 노사관계는 요원하고 대신 저항ㆍ투쟁ㆍ혼란 등의 상극적인 노사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단체교섭의 경우에도 신의성실에 기반을 둔 교섭당사자ㆍ교섭사항ㆍ교섭창구ㆍ단체협약 등의 효과적인 교섭구조 확립이 반드시 구축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무원노조의 임금과 주요 근로조건 등은 예산이나 법령에 관한 사항이고 지방자치단체장 등 사용자 결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협약으로서의 효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임금과 근로조건은 실제로 이를 관장하는 당사자들과 신의성실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교섭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정부 부처와 공무원노조 대표가 참가하는 교섭구조가 확립돼야 하는 것이다. 예산ㆍ법령에 관련된 단체협약에 대한 분쟁해소를 위해서는 예산과 관련된 단체협약에 대해 정부가 예산편성시 이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법령 관련사안에 대해서는 법 개정안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정부의 성실의무 노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노조 또한 지나친 투쟁 일변도의 활동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전개할 때 공무원 노사관계는 정상적인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일반 민간노조원과 달리 신분ㆍ정년을 보장 받는 공무원으로 구성된 공무원노조가 민간노조와 연대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정치활동을 한다면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의 공유를 위한 노력도 적극 수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무원 노사관계의 사용자로서의 정부는 공동선 증진을 위한 국민대리자 역할과 모법사용자 역할을 동시에 충실히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한 노사관계 역량을 갖추는 데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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