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반란'이다. 돼지고기값이 폭등하면서 삼겹살이 소고기보다 더 비싸져 '금겹살'로 불린다. 예전 같으면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천지개벽할 일이다. 구제역 파동 여파로 돼지 사육두수가 줄어들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지난해보다 30%나 줄었기 때문이다. 삼겹살값이 다락같이 오르자 정부가 '돼지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돼지 잡기'에 나섰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정부의 인기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온 국민이 즐겨 먹는 삼겹살값의 폭등은 체감물가를 더욱 끌어올린다. 중국發 피그플레이션 대비를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물가 관리를 하는 대표 품목으로 삼겹살을 넣은 것도, 롯데슈퍼에서 지난달 물가안정을 위한 '국민상품'의 첫 품목으로 '반값 삼겹살'을 내놓은 것도 삼겹살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어서다. 정부는 돼지고기값 안정을 위해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표 이후 유럽산 삼겹살을 긴급 수입해 시장에 풀고 있다. 축산농가에 대해서도 출하량을 늘릴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삼겹살값의 급등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 50%나 비싸다. 아직도 서민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다. 특히 최대 성수기인 여름휴가철로 들어서고 있어 날아오르는 돼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삼겹살 값을 잡지 못하면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면 민심은 떠난다. 삼겹살이 민심이다. 돼지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싸움이 중국에서도 한창이다. 중국은 돼지값이 급등하면서 물가압력이 높아지는 피그플레이션(pigflation)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은 식품이, 식품가격 급등은 돼지가 이끌고 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식품가격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의 66%를 차지했다. 돼지고기값이 한 달 사이에 57% 폭등하면서 CPI를 크게 끌어올렸다. 돼지가 날개를 달자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말을 이달 들어서만 세 번이나 강조하면서 돼지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양돈농가 보조금 지급과 비축 돼지고기 방출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돼지고기값 상승은 전세계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랜 기간 중국의 미꾸라지(싸구려 생산품)가 세계 인플레이션을 막아왔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돼지가 인플레이션 주범이 되고 있다. 세계에 저렴한 물건을 공급해 물가상승을 막는 역할을 하던 중국이 거꾸로 물가급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돼지가 미꾸라지를 잡아먹은 셈이다. 세계가 중국 돼지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발 피그플레이션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는 0.06%포인트 오른다. 국제유가가 우리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보다 세 배나 크다.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돼지를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수급 불균형 해소 서둘러야 하지만 돼지 잡기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번 돼지의 반란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이러 저리 칼을 휘두르고 있지만 물가는 계속 오르고 기업들만 다치는 형국이다. 돼지를 잡을 때 초짜들은 쇠망치를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그러면 돼지는 길길이 날뛰면서 '멱따는 소리'를 질러댄다. 돼지 비명소리에 온 동네가 떠나간다. 돼지 잡는 소리가 너무 요란하다. 전문가는 아무리 덩치가 큰 돼지라도 한방에 조용하고 빠르게 끝을 낸다. 급소를 정확하게 알기 때문이다. 집 나간 삼겹살을 다시 찾아올 전문가가 필요하다. 민심은 구제역 여파에서 벗어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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