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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과 새누리당이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올해 세금수입(세수)에서 3조원 규모나 펑크를 내 연말 각종 공공사업비 지급을 줄줄이 축소ㆍ중단하는 등 '동계 재정대란'이 닥쳤다. 재정대란이 이처럼 현실화하면서 전국의 주요 공공사업장에서는 당장 돈줄이 마르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경기가 더 급격히 가라앉을 위험이 커졌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이에 따라 당선인 측의 바람대로 경기를 띄우려면 적자국채 발행규모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부양책 실행을 위한 확대예산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23일 "올해 세수가 당초 (2012년 정부 예산안에서) 예상보다 3조원 정도 덜 걷혀 결손이 났다"며 "당장 공공사업들을 중심으로 사업예산 집행을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미 건설공사 등이 시작된 사업장은 어쩔 수 없이 인건비 등 최소한의 기본경비 등만 집행하고 있으며 착수되지 않은 사업은 아예 없던 일(폐기)로 하거나 사업개시 시점을 보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갑자기 돈줄이 마르자 각 공공사업장을 소관하는 기관이나 정부 중앙부처마다 사업차질을 막기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나랏돈의 수급을 담당하는 한 정부 간부는 "사업비 지급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담당 기관장이나 소관부처 담당자들이 자금을 풀어달라고 읍소하는 것은 기본이고 협박에 가까울 정도로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주고 싶어도 돈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세수결손은 과거에도 드물지만 몇 차례 있었다. 다만 이번처럼 수조원대 펑크가 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더 큰 문제는 올해에는 당장의 결손을 메울 임시방편마저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결손이 날 경우 일단 다른 부문의 예산에서 사용되지 않거나 이듬해로 집행이 미뤄진 돈(불용ㆍ이월액)을 임시로 돌려 썼다. 반면 올해는 정부가 경기에 대응한다며 예산을 아낌 없이 쓰기로 하면서 불용ㆍ이월액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적자국채를 발행해 시장에서 잠시 돈을 빌려 쓰는 것 역시 연말까지 국회 회기가 며칠 남지 않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급전을 빌릴 곳이 없어 현재로서는 국회가 새해 예산을 처리해 내년에 집행하기까지는 재정기능이 사실상 동면에 들어갔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여야가 내년 예산안이라도 충분하게 짜서 연내에 처리한다면 차선책이라도 될 텐데 지금으로서는 예산안 처리내용이나 일정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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