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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서대필사건 기록공개 '딜레마'
입력2005-06-17 07:16:38
수정
2005.06.17 07:16:38
경찰, 과거사규명차원 수사기록 복사요구…검찰 고민中
검찰이 경찰로부터 90년대 주요 공안사건의 하나인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수사기록 공개요구를 받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경찰청으로부터 과거사 진상규명 차원에서 유서대필사건의수사ㆍ공판기록 일체를 등사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등사를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국가 차원에서 진행중인 과거사 진상규명의 과제 중 하나로 유서대필 사건을 선정한 바 있다.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8일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하자 검찰이 김씨의전민련 동료였던 강기훈씨가 유서까지 대신 써주며 김씨 자살을 방조했다고 발표한사건.
강씨측은 당시 유서 필체가 강씨의 것과 다르다며 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이 강씨에 대해 징역 3년을 확정선고하면서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과거사 진상규명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재야인사 및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 사건이 당시 정권이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조작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면서 진상규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경찰이 진상규명 대상의 하나로 이 사건을 선정하면서 강씨등은 사법의 잣대가 아닌 역사의 재평가를 받을 기회를 얻게 된 것.
그러나 문제는 유서대필 사건이 수사착수에서부터 기소까지 전적으로 검찰, 다시 말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현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가 주도한 사건이라는 점.
단 하나 경찰청 산하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당시 고 김기설씨의 유서 필체에 대해 김씨 본인 필적이 아니라 강씨 필적이라고 판정하면서 유죄의 결정적인증거를 제공한 부분이 경찰이 관여한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의 유서를 감정한 국과수 전 문서분석실장 김모씨가 다른 사건과 관련해 허위감정을 해주고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면서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경찰은 진상규명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7일 검찰에 일부 수사기록 열람을 신청, 열람을 한데 이어 지난 8일 검찰에 수사 및 공판기록 전체를 등사하게 해 달라고 신청했고, 검찰은 이날 현재 등사 허용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과거사건 진실규명위가 같은 차원에서 사건기록 등사를 요구한 경우 검찰 공안부가 국가기관간 협조 차원에서 기록등사를 선뜻 허용했던 데 비춰 이례적인 모습.
이에 대해 검찰은 지휘하는 기관인 경찰에 자체 수사기록을 모두 넘겨줌으로써 사실상 검찰에 대한 과거사 진상규명을 경찰에 맡기게 되는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로 경찰과 국정원이 과거사 규명과 관련, 자발적으로 과제를 선정하고 규명작업을 진행중인 반면 검찰과 법원은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다시 파헤침으로써 불거질 수 있는 법적 안정성 훼손 문제를 들어 여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수사권 조정문제를 둘러싼 검ㆍ경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경찰의 수사기록 공개요구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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