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사태를 계기로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체계에 대한 본격적인 수술에 나선다. 핵심은 회장의 1인
절대권한을 제한하고 방관자적 태도를 보여온 사외이사들에 대한 외부평가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그러나 건전성 관리와는 달리 금융회사 지배구조에는 '모범답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모범규준 구체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KB 사태로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한계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가운데 당국이 가이드라인 성격의 모범규준을 만들어 연내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밑그림으로 금융지주의 구체적 실행지침이 될 수 있는 모범규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범규준에는 △이사회 역할 명문화를 통한 경영진 견제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도입 △사외이사 선임 절차 투명성 강화 및 성과 보상 체계 도입 △연기금 등 주주 역할 강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주 회장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위험관리나 지주회사 내의 이해상충행위 감독 등을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으로 명문화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당국 관계자는 "KB 사태에서 보면 사외이사들의 방관자적 태도가 결국 경영진의 마찰을 더 크게 한 측면이 있다"며 "이사회가 지주회사 내 갈등관리 등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CEO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가 상시적으로 CEO 후보군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당국은 앞서 선진화 방안 발표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 변경해 이사회가 금융지주의 CEO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외이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이사회의 재신임평가를 실시하고 2년마다 외부평가를 받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권 행사 요건을 완화해 외부 추천제도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당국은 또한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는 금융권, 금융 당국이 협의해 인력 풀을 만들 예정이다. 현재 금융회사 사외이사진이 지나치게 특정 학교 또는 교수 인맥 등으로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별도로 획일적인 사외이사의 보상 체계는 활동내역·책임도에 따라 차별화하고 이를 개인별로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당국은 이와 같은 모범규준이 KB의 차기 회장 선출 프로그램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구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회 정무위 등 정치권도 금융회사 지배구조 체계를 손보기 위해 벼르고 있다. 정치권발 지주회사 개편은 고액연봉을 누리는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들에 대한 보상 체계 손질 및 책임 강화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의 연간 총수입은 최대 30억원이 넘으며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는 사외이사들도 회의 한번에 500만원이 넘는 거액을 챙긴다.
정무위는 △금융지주사 회장과 사외이사의 권한 및 책임 명문화 △지주사 회장과 행장의 겸임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내부승계 프로그램의 제도화 △이사회에 직원 대표 참여 등을 중점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10월 초 금융 당국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정치권의 지주회사 체계 개선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제도로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도 한계와 부작용이 있는 만큼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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