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9일 발표한 '국민이 바라는 10대 세정개선 과제'는 기업과 개인 등 납세자가 느끼는 납세 불편사항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선정해 현장의 목소리가 담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세청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세정 개선 과제를 뽑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국세청이 기업 유관단체와 공동 작업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세금은 규제는 아니지만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규제'로 볼 수 있다"며 "그동안 (국세청이) 과세행정의 관점에서 규제 개혁을 추진해왔다면 이번 10대 과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발굴했다는 점에서 체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락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10대 과제 추진시 납세자는 직접적으로 연간 약 1,173억원의 납세 관련 비용 감축이 예상된다"며 "납세자가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경제유발 효과 또한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과제, 어떻게 선정했나=국세청은 지난 3월 국세청장·국장이 참여하는 '규제개혁 추진단'을 구성했다. 규제개혁 추진단은 납세자와 가장 밀접한 4대 세정 분야와 함께 주세행정 분야 등 2개 분야로 나뉘어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4월 대한상의 회원사들과 정책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원하는 10대 세정개선 과제'를 선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10대 과제는 공신력 있는 리서치 기관인 한국갤럽이 개인, 법인사업자, 납세자단체 관계자, 전문가 그룹 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선정됐다.
◇기업 부담 줄이고 납세자 편의 개선=10대 세정개선 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리한 세무조사는 줄이고 불필요한 자료 제출 요구를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조사심의팀'을 통해 세무조사를 마치기 전 무리한 과세가 없는지 사전에 검증하고 무리한 과세로 판정되면 직원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또 납세자가 세무조사 결과통지서만 봐도 조사 내용과 세액 산출근거를 알 수 있도록 세무조사 결과통지서를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의 세무조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는 조사기간을 예년보다 30%가량 단축하기로 했다. 조사 요원의 사업장 방문 조사를 줄이고 세무관서에서 성실 신고 여부를 검증하는 사무실 조사를 확대한다. 법인세 신고시 제출하는 표준재무제표 항목과 기업 재무제표가 달라 발생하는 비효율도 제거된다. 지금까지 기업은 법인세를 신고할 때마다 재무제표를 재작성해야 했다. 앞으로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큰 수정 없이 법인세 신고시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재무제표 양식을 고치기로 했다.
◇국세 상담 등 대국민 서비스 대폭 개선=국세 상담 전화(126)가 폭주해 연결되지 않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콜백 서비스, 관할 세무서 자동연결 등 전화응답 시스템을 개선한다. 세법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으로 예기치 못한 세금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 기업인, 회계 실무자 등을 상대로 한 세목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하기로 했다. 홈택스, 현금영수증, e-세로, 연말정산, 법령정보 등 8개로 분산된 국세청의 인터넷 서비스도 하나로 통합해 납세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부가세·원천세에 국한된 신고기한 후 전자신고는 소득세·법인세·증여세 등 전세목으로 확대된다. 국선세무대리인 제도 지원 대상자의 자격은 기존 재산 3억원 미만에서 5억원 미만으로 늘리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