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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증권업계 "바뀌어야 산다"

초대형 점포 5개로 통합… 메리츠, 선택과 집중 극대화

리서치센터 축소 재편… 현대증권 비용절감 나서


증시 침체로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증권사들이 혁신을 통한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각 증권사별 상황에 맞는 혁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4일 리테일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재 19개인 전국 지점을 다음달 말까지 5개의 초대형 거점 점포로 재편해 '선택과 집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수도권 11곳을 비롯해 대구(3곳)와 대전·청주·경주·창원·부산(각 1곳) 등에서 영업 중인 19개 지점을 수도권(3곳), 대구·부산(각 1곳) 등 5곳의 초대형 점포로 통합한다. 다만 지점 인력은 줄이지 않고 인근 거점 점포로 이동배치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여러 지점의 운용에 사용되던 비용을 줄이는 대신 직원들의 영업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방침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부문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며 "초대형 거점 점포 도입으로 거래대금 감소 및 증권사 간 경쟁 격화로 악화된 리테일 부문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리서치센터를 '4부 15팀' 체제에서 '10팀'으로 축소 재편했다. 현대증권은 이번 리서치센터 재편으로 이달 말까지 센터 내 인력 36%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매출 기여도가 타 부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 애널리스트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비용절감이 절실한 증권업 침체기에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고는 한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전체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리서치센터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면서도 "하지만 체크카드를 출시하고 해외부동산과 연계한 투자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업계에서 '금기'로 여겨져왔던 '매도 의견' 보고서를 냈다. 이와 함께 매수·아웃퍼폼·마켓퍼폼·언더퍼폼 등 4단계로 분류돼 있던 투자 의견을 매수·중립·매도로 단순화하면서 중립과 매도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을 40%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그동안 기업과 투자자의 항의 등을 이유로 특정 종목에 대한 매도 의견을 꺼려왔지만 앞으로는 과감히 매도의견을 내겠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매수 중심의 보고서 문화가 이어질 수 없고 그동안 매수 일색 보고서로 증권사 보고서가 신뢰를 잃었다"며 "국내 롱쇼트 펀드시장 확대로 매도 보고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 외에도 우리투자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 등도 매도 보고서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인력만 줄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발상만으로는 현재의 증권업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체질을 개선해 변화하는 시장트렌드에 맞춰야 불황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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