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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5월 29일] 외환위기의 추억

국제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이슬란드ㆍ우크라이나ㆍ우즈베키스탄ㆍ베트남 등의 통화가 달러 고갈로 인해 큰 폭의 등락을 보이는가 하면 아르헨티나ㆍ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의 주가 움직임도 불안하다. 주가나 통화가치는 매양 등락을 거듭하는 것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떤 계기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어느 한쪽으로만 쏠리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장개입이 드러나지 않도록 못내 부심하고 있다. 자칫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대만 중앙은행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공포와 증시 불안으로 가중되는 압력에서 자국 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보유 달러를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인플레 불안이 심화되면서 그 충격파가 증권ㆍ채권시장, 외환시장, 머니마켓 및 원자재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국가경제가 절단 나고 전국민이 절망적인 고통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외환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이에 따른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이 한두번이 아닌 남미 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 한번 닥쳐온 위기는 또다시 터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우리 경제의 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연초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7% 성장이란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던 우리 경제는 이제 4% 후반대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도 목표상한선(3.5%)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고 무역수지는 6개월째 적자 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올해 정부 목표치 130억달러 흑자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해외 차입도 중장기보다는 단기 자금 차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자금수지의 불균형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10여년 전 IMF 직전의 상황과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국제 투기자본을 포함한 자금의 유출입이 심한 금융 부문의 불안정성을 실물 부문에서 받쳐주지 못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것이 곧 경제 위기의 전조였음을 자각한다면 경제운용 전반에 걸쳐 경각심을 높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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