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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마음 사로잡은 시진핑 선물 공세

런던에 위안화청산소 개설

국빈 방문 중인 프랑스서는 에어버스 항공기 70대 도입 등

180억유로 규모 계약 체결… 실익 챙기며 조용히 위상 강화

취임 이후 첫 유럽연합(EU) 순방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잇따른 선물공세로 EU 주요국 정상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서방국가들과 반목하는 사이 시 주석은 금융 및 무역협력 등 유화 제스처로 실익을 챙기며 '조용한 위상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인민은행(PBCO)과 영국 중앙은행(BOE)이 런던에 위안화청산소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오는 31일 런던에서 청산소 설립에 관한 공식 서명식을 열어 후속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에 위안화청산소가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산소가 설립되면 영국은 파운드화를 기반으로 위안 거래의 유동성 및 지급보증, 결제, 추심 등 실질적인 환 중개기능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은 전세계 통화 거래의 41%, 중국 밖 위안화 거래의 61%를 점유하면서도 위안화 거래를 위해 홍콩 등지의 역외시설을 거쳐야 했지만 이번 협약으로 서구권의 '위안화 허브'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게 됐다.

이번 결정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이 EU 순방을 의식해 준비한 선물 꾸러미 중 하나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국빈방문을 생략한 시 주석이 지난 25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단독 면담한 후 위안화청산소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청산ㆍ결제협약으로 하루 156억달러에 달하는 런던 내 위안화 교역물량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위안화 허브로의 도약을 꿈꿔온 영국의 바람이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을 계기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국빈방문 중인 프랑스에서도 대규모 투자계약을 쏟아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엘리제궁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총 180억유로 규모의 50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중국이 앞서 파기했던 에어버스와의 구매계약이 재개됐다. 중국은 프랑스 항공사인 에어버스와 중대형 항공기 70대를 100억달러에 도입하는 구매계약을 맺었으나 EU의회의 탄소배출 규정 강화에 반발해 취소한 바 있다. 이날 중국 둥펑자동차도 PSA푸조시트로엥 지분 14%를 11억유로에 인수하는 지분매입 계약에 공식 서명했다. 이 밖에도 중국은 프랑스 원전업체 아레바와의 협력강화를 예고했다. 외신들은 지난해 프랑스의 대중무역 적자가 전체 적자의 40%인 258억유로에 달했음을 지적하며 "시 주석이 프랑스 측의 교역확대 요구에 충실히 답했다"고 평했다.

이처럼 시 주석의 통 큰 선물이 공개되면서 그의 다음 국빈방문지인 독일 및 벨기에에서 보일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독일은 단일국가 기준으로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지난해 1~9월 양국이 체결한 협력규모는 프랑스의 두 배가 넘는 12억7,000만유로에 달한다.

FT는 "유럽 3대 강대국인 영국ㆍ독일·프랑스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고도의 경쟁관계를 보여왔다"며 "시 주석이 10년 연속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경제위기의 여진에서 고전하는 EU를 찾아 영향력 과시에 성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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