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들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채권 부실화가 개선되는 양상이었으나 올 들어 심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자산관리가 다시 위험수위까지 올라갔다.
금감원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판단, 선제적인 부실정리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은행 재무건전성 경고등=지난 6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할 때부터 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간헐적으로 터지고 있는 부동산 PF 부실은 은행 부실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소다. 이미 부실채권 규모는 25조원을 훌쩍 넘어서 9년 전 수준으로 악화됐다.
문제는 기업구조조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부동산 경기도 더욱 침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부터가 문제"라며 "은행들의 PF 대출 부실과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 등 두 가지 변수에 주목하며 은행 건전성 문제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ㆍ4분기 중 국내 은행의 신규 부실채권 발생규모는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1ㆍ4분기의 6조2,000억원에 비해 92.2%나 급증한 것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기업여신 신규부실이 11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감원은 현재 신용공여 50억원 이상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외감기업은 9월 중순, 비외감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10월 중순까지 끝낼 방침이다. 은행들은 워크아웃 및 퇴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 경우 부실채권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1.6%였던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올해 6월 말 현재 2.65%까지 치솟은 상태인데 부실ㆍ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3.0%를 넘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잇달아 경영목표를 '재무건전성 강화'에 둘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기도 하다.
◇금융당국ㆍ은행, 부실채권 축소에 올인=은행들의 부실채권 줄이기 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상처가 곪아터져 은행의 건전성지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6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을 보면 우리은행이 3.03%로 가장 높고 이어 ▦국민은행 1.98% ▦한국씨티은행 1.52% ▦하나은행 1.37% ▦신한은행 1.35% ▦SC제일은행 1.32% ▦외환은행 1.31% 등의 순이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부실채권을 상각ㆍ매각하는 것은 물론 기업대출을 축소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부실채권과 관련해 기업금융ㆍ여신기획ㆍ개인고객 등 각 부서마다 대손상각을 하고 있으며 이를 종합해 부실채권 정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재 보유 중인 부실채권을 계열사인 부실채권정리회사인 F&I와 캠코에 매각하거나 상각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변수뿐 아니라 유럽 금융위기가 더욱 불거지거나 미국의 더블딥, 중국의 경기침체 등 대외 악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더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며 "우량자산 위주로 영업을 강화하면서 자산건전성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PF 부실 차단에 진력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관련 부실채권을 은행 평가에 넣을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또 시공사뿐 아니라 개별 PF사업장 부실 여부도 반영해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