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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기침체의 터널 앞에서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기고] 장기침체의 터널 앞에서 김광두 김광두 어둡고 긴 터널 앞에 서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우선 들어가기 싫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더라도 빨리 빠져나올 수 있길 희망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장기침체의 터널 바로 앞에 있다. 현재의 국내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터널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소위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는 소비심리의 위축, 투자심리의 저조, 고부가가치로의 산업 구조조정 지연,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 위축, 부적절한 정부정책의 대응 등으로 특징 지어졌다. 정치ㆍ경제 개선조짐 안보여 현재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과 닮은꼴인 셈이다. 우리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400만에 달하는 신용불량자들의 문제에 덧붙여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국내의 정치ㆍ경제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부진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개방경제아래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렵다거나 강성노조 활동으로 인한 효율성논리의 훼손, 그리고 지나친 정부의 행정규제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아울러 위험부담을 싫어하는 금융논리가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투자활동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외환위기 이후 지나치게 심화되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때문에 극히 일부의 대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규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오히려 부실경영을 해온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은 생존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한 투자부진은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왔다. 그 결과 우리 경제가 오로지 의존하고 있는 수출도 외형상으로는 잘되고 있는 것 같지만 구조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즉 기술ㆍ성능 보다는 가격경쟁 위주의 수출상품에 의존함으로써 수입가격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게 됐고 그 결과 교역조건은 지난 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동시에 새로운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의 개발이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상품의 수명주기의 끝부분에서 우리 수출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창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수출의 지속적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소비ㆍ투자부진의 심화와 투자부진으로 인한 수출의 구조적 경쟁력 약화, 그리고 구조적 경쟁력 약화로 인한 바람직한 수출증가율 유지의 어려움 등을 안고 우리 경제는 장기 침체의 터널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경제부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서 매우 제한돼 있다. 외환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쉽게 팔 수 있는 주식ㆍ기업ㆍ금융회사ㆍ빌딩 등을 거의 외국자본의 손에 넘겼고 금리는 더 이상 내리기 어려운 수준까지 인하했으며 재정을 활용하기에는 국가채무의 규모가 너무 커져 있는 상태다. 동시에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치세력의 사고방식 또한 세계적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폐쇄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적 구호의 비용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분산이 효율에 주는 부담을 거의 무시하고 있으며 먼 산만 바라보면서 발 앞에 있는 깊은 늪에 빠지는 것은 경계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 단합된 모습 보여야 국가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세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이익집단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다. 정치집단이 이러한 갈등을 조정해 주지 못하면 경제정책의 유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현재 하늘 높이 떠 있는 각종 구호는 오히려 이러한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설령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유능하고 헌신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어려운 정책여건하에서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의 터널 속으로 점차 가까이 가고 있어도 이들이 속수무책임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들은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분열과 갈등의 와중에 있다. 이번에 터널에 또 들어가면 빠져 나오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입력시간 : 2004-07-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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