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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최장 판사' 김용담 한국법학원장 "가장 속상한 말 '전관예우'… 취업제한 감내해야"

전관예우 향한 비판적 메시지는

법관에 윤리의식 가지라는 요구

스스로 情實 벗어나는 용기 필요


'37년간 최장 판사직' 타이틀을 가진 대법관 출신 법조인은 지금도 '전관예우'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고백했다. 법조인 윤리 문제를 두고 국내 재판 전체가 싸잡혀 폄훼되는 것 같아 억울함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십 년 판사직을 수행하면서 항변이 아닌 용기와 실천으로 해결될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 김용담(68·사진) 한국법학원장은 최근 서울법원에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함께 연 '법정문화 개선포럼'에서 "법관들이 정실(情實)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올곧음과 용기를 가져야 하며 바른 재판을 실천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관예우는 김 원장이 지난 1972년 춘천지법 초임 판사 시절부터 듣던 말이다. 당시 전관 아닌 변호사가 거의 없었기에 갓 개업한 변호사에게 형사 사건 양형을 봐준다는 의혹들이 끊이지 않았다. 주로 법조 밖에서 언론·정치권이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이에 '경력 15년 미만 변호사가 개업 신고 전 2년 내의 근무지에서 3년간 개업할 수 없게' 한 변호사법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1989년 헌법재판소가 직업선택자유 위반이라며 위헌을 선언했다. 김 원장은 "당시 속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법관들을 위해 위헌을 내리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전관예우 문제는 민사소송 영역과 대법원까지 영향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관예우 문제가 던지는 메시지를 법관들이 고도의 윤리의식을 갖고 그것을 실천하라는 국민적 요청으로 규정했다. 이어 "현행 변호사법의 수임제한 규정,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규정을 담은 공직자윤리법을 법률가들이 감내해주기를 호소한다"며 "이런 조항들이 부디 예전의 변호사법 근무지 제한규정처럼 위헌의 운명을 겪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사법연수원 1기(사시 11회)로 각 지법·고법 판사를 역임하고 광주고법원장 등을 거쳐 2003년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2008년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2009년 당시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집회 재판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일자 김 원장은 대법원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인정하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 원장은 "법치가 무시되면 누구보다 먼저 법관들이 자괴감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믿어왔다"며 "이른바 '법대로' 하는 것은 법조인의 의무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매사에 법밖에 모른다는 평가에 법조인들이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 법률이 고도로 분화되고 있는 탓에 법조인들은 끊임없이 공부해 전문 분야 경쟁력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에 헌법이나 법률 등 법의 위반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법률심(法律審)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도 김 원장의 오래된 숙원이다. 대법원의 진정한 사명은 하급심의 잘못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당대 적용될 법제도와 법원칙이 무엇인가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사실상 대법원 재판이 주심단독제로 운영되고 있어 '특정 경향의 대법관이 내 사건 주심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걱정만 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법관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을 거쳐 마침내 법으로 선언되는 과정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대법원도 법률가들이 문제가 될 법제도 법원칙 수립 및 폐지에 관심을 가진 참고인들과 함께 토론하고 모두 함께 숙의한 결과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안도하게 하는 사법 신뢰는 싸락눈과 같다' 쉽게 쌓이지 않는 싸락눈이 많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나마 쌓인 것이 흩어지지 않도록 미풍이라도 불지 않기를 바라는 게 옳다는 신조다. 그는 "국민들에게 편견 없는 판사로부터 재판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법정에서든, 사석이나 인터넷에서든 법조인 스스로 자제하고 절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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