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I-월드] DJ.햇볕정책.COM

[김재원의 I-월드] DJ.햇볕정책.COM단순한 팩스의 죽여주는 기능

우리가 「킬러 앱」이라는 약자로 부르고 있는 킬러 애프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은 어떤 것이 발명됨으로 해서 그것이 속한 산업이나 그와 연관된 산업계 전체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 파괴력을 지닌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킨다.

인류 역사상 손꼽을만한 킬러 앱 가운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트랜지스터, PC, E메일, 웹브라우져 등을 꼽을 수 있다. 킬러 앱의 특징은 당초 킬러 앱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것이 킬러 앱이 되어 있음을 보고 우리는 놀랄 뿐이다.

기존상품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때 죽여주는 킬러앱은 탄생한다.

80년대 우리나라 민권운동의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는 팩스였다. 팩스는 운동 지도부의 지령이나 각 운동 개체간 정보교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팩스가 없었다면 민권운동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팩스로 인해 민권운동의 속도가 빨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단순한 전송 복사기에 지나지 않던 팩스가 운동권 젊은이들에 의해 광역의 네트워크로 새로운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죽여주는 킬러 앱이 된 것이다.

21세기 최고의 닷컴은?

우리나라 민권운동에는 팩스가 있었고 호메이니가 이끌던 이란의 민권운동에는 카세트 테이프가 있었다. 1970년 팔레비는 정치적 라이벌 호메이니를 파리로 추방했다. 언론통제하에 있었던 이란의 매스컴들은 호메이니에 대해서 보도할 수 없었다. 한국의 군사통치시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호메이니의 추종자들은 매주 파리에서 열리는 호메이니의 선동연설을 녹음하여 이란으로 들여왔고, 이 테이프를 대량으로 복사해 전국 곳곳에 뿌렸다. 그래서 이란의 민중들은 집에 앉아서도 파리의 호메이니가 격한 음성으로 보내는 선동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란의 혁명을 앞당겼다. 단순한 녹음 테이프가 호메이니 지지자들에 의해 광역의 네트워크로 변하면서 킬러앱이 된 것이다.

평양에서 21세기의 역사뒤집기를 시도한 김대중(DJ)대통령을 보면서 우리는 그가 우리 시대 최고의 킬러 앱이 될지 모른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는다.

그의 햇볕 정책이, 때로는 진부하고 정략적으로 들렸던 햇볕정책이 이렇게 죽여주는 뉴스거리가 되리라고 처음부터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지금 통일이라는 제품에다가 햇볕정책이라는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킬러앱으로 클로즈업 되고 있다. 만약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의 햇볕정책은 21세기 최고의 닷컴(.COM)이 되리라고 믿는다.

(코리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입력시간 2000/06/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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