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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대담] 곽수일 교수 對 이각범 교수 '새 천년을 말한다'

이미 인류는 변화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 보다 빠른 디지털 사회에 진입해 있다. 따라서 「새 천년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이제껏 생각치 못했던 속도로 펼쳐질 것이라는 점이다.서울경제신문은 곽수일(郭秀一) 서울대 교수와 이각범(李珏範)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를 초청, 지난 20세기를 반성하고 새천년의 의미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신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李珏範교수=세계사적으로 지난 20세기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연히 구분되는 시기였습니다. 전반부가 전쟁의 시기였다면 후반부는 평화의 시기였습니다. 전반부는 전쟁과 독재, 혁명으로 얼룩진 어두운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일제에 의한 지배 등의 식민지 경험과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는 평화의 시기였습니다. 비록 한국전쟁을 필두로 베트남, 중동, 발칸 등지에서 전쟁과 살육의 비극이 있었지만 세계적 규모의 전쟁은 일어난 적이 없는 평화의 시기였습니다. 郭秀一교수=20세기는 세계적으로 민주화의 흐름이 어느 정도 완성된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세계가 무한 경쟁의 시대로 돌입하면서 이데올로기를 대신한 물질중심사상이 세계적으로 만연해졌습니다. 이제는 북한과 쿠바 등에서도 자본주의가 유입되고 있지 않습니까. 또 지난 세계사를 돌아볼 때, 소련의 몰락으로 인한 사회주의 실험의 실패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련의 몰락으로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미국중심의 세계질서가 재편되었습니다. 힘의 다원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힘을 앞세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李교수=한국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안고 20세기의 후반부를 시작했으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가지 과업을 훌륭하게 성취했습니다. 유럽 선진국들은 프랑스 시민혁명과 영국 산업혁명을 자국에서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오랜동안의 꿈이었고, 이를 실현함으로써 선진국이 되었던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스스로 민주화와 산업화를 달성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2차 대전에서 패배한 결과, 외세가 가져다 준 타율적이고 서양을 모방하는 식의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4.19와 6월 민주화 항쟁을 통해 민주화를 자력으로 이뤄냈습니다. 20세기의 한국인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郭교수=그렇습니다. 지난 세기는 한국인들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생활이 풍족해지는 틀을 마련한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경제발전은 소수가 중심이 되어 강력한 경제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은 이에 따라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이만큼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이 많이 있었죠. 어려움도 많았지만 눈부신 발전을 달성한 한국 경제는 이제 유아기를 벗어났다고 봅니다. IMF라는 홍역을 치루고, 이제 막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거죠. 李교수=우리가 20세기 후반에 많은 성과를 이룩한 것도 사실이지만 21세기로 넘어가면서 버려야할 구습의 잔재도 많고, 앞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할 유산도 많은 것 같습니다. 郭교수=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북이 분단된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단상황을 종식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우리는 아직도 국수주의적인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좁은 국수주의를 버리고 세계를 넓게 포용할 수 있는 지구촌의 개념이 우리에게 절실하다고 봅니다. 李교수=그렇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짧은 시간에 두 가지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선진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라고 하면 법에 의한 지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법치국가의 전통은 서구의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전부터 이룩했던 주요한 사회적 기반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법치(法治) 이전에 인치(人治)라고 하듯이 사회 지도층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관행을 만든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반 국민들도 기본적인 질서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통사고율도 세계 1위 아닙니까. 이같은 문제의 원인은 지나친 압축성장의 산업화 과정을 겪었고, 민주화 과정 또한 서양에 비해 그 기간이 짧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천민자본주의의 성격을 빨리 탈피해야 합니다. 앞으로 성숙된 자본주의를 이룩하려면 결정과정에서 시장의 신호를 더욱 존중하며 공정한 경쟁질서가 확립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郭교수=우리가 버려야 할 것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을 말하겠습니다. 옛날에 우리 국민들은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가치들이 하루 아침에 없어진 듯 합니다. 오히려 선진국 미국민들이 우리보다도 애국심이 더 강한 것 같아요. 자기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내도 국가를 위해서 당연히 내는 것으로 생각해요. 앞으로 충효정신, 이웃사랑 등의 정신은 우리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정신입니다. 또 IMF 당시에 우리 국민이 보여줬던 금모으기 운동 등 국민 고유의 단결된 힘도 새천년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자랑스런 경험인 경제성장과 경제위기의 탈출, 민주화 등에서 얻은 「하면된다」는 자신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李교수=저도 동감합니다. 우리 사회는 가족이기주의가 너무 팽배해 이웃과 동료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 결과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적합리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입니다. 정당한 절차와 과정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얻고 출세하려는 결과주의가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물질을 만능으로 여기는 물질지상주의가 속물적인 천민자본주의를 만드는 정신적인 기초가 되었습니다. 성숙한 자본주의와 명실상부한 법치국가의 틀을 갖추려면 부정부패가 꼭 척결되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21세기로 가기 전에 매듭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부정부패가 지금처럼 만연하면 사회와 경제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거래비용이 줄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기로 진입하는 지금부터라도 부정부패의 척결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해 사회를 투명화, 합리화, 정상화 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郭교수=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까지 달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실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1만불 수준이 뭐이래」라고 느끼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을 보면 그간의 산업화는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잘못 된 점이 많습니다. 산업화를 추구하는 가운데도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데 좀 더 역점을 두었어야 했습니다. 경제지표로 나타나는 숫자에만 집착한 나머지 삶의 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과거를 반성해야 할 것 입니다. 李교수=옳은 지적입니다. 삶의 질에 대한 반성은 중요합니다. 그간 우리는 고도성장과정에서 갖춰야 할 것 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예를 들면 공간에 대한 계획이 부족했습니다. 길과 주거지가 붙어있는 실패한 일본의 공간계획을 그대로 모방해서 지금처럼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환경에 대해서도 지불해야 할 것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고 성장에만 투자했기 때문에 심각한 환경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고도성장을 이룩하지 않더라도 적정수준의 성장을 하면서 일정부분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삶의 질은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郭교수=동감합니다. 우리는 그간 공장과 아파트 세우는 데만 신경썼지 문화의 발전은 등한시했습니다. 문화적인 측면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삶의 질은 훨씬 나아졌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문화 부문 등에 투자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李교수=이제 본격적으로 새로운 밀레니엄의 세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지요. 새로운 세기는 산업사회가 아닌 정보화 사회입니다. 18세기에서 19세기를 거쳐 20세기의 말에 이를 때까지 선진사회를 지탱했던 산업사회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보화 사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는 인류 문명사의 중요한 전환기입니다. 산업사회와 더불어 근대사회를 특징지었던 대중민주주의의 의미도 달라질 것입니다. 산업사회와 대중민주주의 시대의 특징은 대량생산과 다수결 등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에서는 「질과 신속성」이 중요합니다. 민주주의의 성격도 대중주의를 벗어나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도 미래의 비전과 식견을 가진 지도자가 사회를 리드할 것입니다. 즉 대중민주주의 시기에는 대중과 접촉하면서 격의 없는 관계를 맺는 사람이 지도자로서 소양을 갖추었다면 정보화 사회에서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식견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변용해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대중민주주의보다 세련되고 격의있는 민주주의가 달성될 것입니다. 郭교수=다가오는 새천년은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신천지가 전개될 것입니다. 디지털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터넷의 활용이 생활화 될 것입니다. 한 예로, 서울에 사는 할아버지가 인터넷을 통해 동경에 있는 게임 오락기 판매점에 접속해 미국에 있는 손자에게 게임기계를 주문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이 때 게임 오락기가 말레이지아에서 생산되는 경우 그곳에서 발송되고 최종 소비는 미국에 있는 손자가 선물로 받아 제품을 가지고 노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증권거래도 이제는 증권회사 지점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나가서 증권거래 주문을 내기 보다는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서 인터넷을 통해 클릭만하면 얼마든지 거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같은 인터넷상의 거래는 한 증권사의 경우 전체 거래 건수의 75%에 육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李교수=그렇습니다. 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인해 미래사회는 현재와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하는 경직된 사회 구조가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하는 유연한 구조로 바뀔 것입니다. 이를 「지식기반사회」라고도 하고 「디지털 경제」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기업간의 조직에서 중간층이 소멸할 것입니다. 중간층이 필요없이 최고경영자와 일선의 직원들이 직접 의사소통을 할 것입니다. 예컨데, 빌게이츠는 세계각국의 수많은 지사의 일일 수입·지출상황을 본인이 언제라고 직접 확인한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밑에 사람의 의견을 수집해서 상부의 사람에게 보고하는 식의 수직적 다단계 구조는 수평의 네트워크 구조로 바꿀 것입니다. 郭교수=디지털 정보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은 크게 3가지로 특징지울 수 있습니다. 첫째, 새로운 생활양식은 국가나 국경을 초월하고 지리(地理)의 개념이 파괴되어 글로벌(세계화, GLOBAL) 하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예와 같이 서울에 사는 할아버지가 동경의 상점에 접속해 게임 오락기를 구매하면 말레이지아에서 발송되고 소비는 미국에서 되는 식의 새로운 글로벌 사회가 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새로운 생활양식의 핵심은 유형의 물체나 자산보다는 무형의 것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이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과거 천년의 상징이 거대한 철강공장이나 석유화학 공장이었다면, 앞으로 새 천년의 시작과 더불어 무형의 자산인 통신매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소프트」한 것들이 철강이나 석유화학 제품을 대신할 것 입니다. 한마디로 현재 모든 것들이 유형의 물체인 「하드」한 것으로 이뤄져 있지만, 앞으로 새 천년의 시작은 우리의 모든 생활이나 경제활동이 「소프트」한 것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 입니다. 셋째, 앞으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꽃을 피우고 있는 네트워크의 개념이 우리 생각과 생활에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가 작동되는 기반은 바로 정보통신입니다. 앞으로 통신은 단순히 경제의 한 부분이 아니고, 바로 통신 자체가 경제가 되는 공동체가 형성될 것입니다. 李교수=제가 앞에서 다가오는 세기의 주요 변화를 말씀드렸지만 사실 최근의 기술발전은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불과 수 년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앞으로는 기술발전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보검색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옛날처럼 자료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그에 따라 기술발전도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입니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고급의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그만큼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입니다. 郭교수=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 천년을 전망하고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천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천년 후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 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의 1년은 한 세대와 같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져 앞으로의 1년은 지난 30년 간의 변화와 똑같을 정도라는 것이죠. 李교수=郭교수께서 말씀하신대로 1년 차이에도 커다란 세대차이가 날 것입니다. 빠른 속도의 기술발전과 네트워크 구조 사회로의 변화가 그대로 적용돼 세대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또 그만큼 새로와져 다원화될 것입니다. 우리가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먼저 개인과 기업이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장애가 되는 사회적 통제를 없애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규제가 상당히 많습니다. 또, 개인과 기업의 많은 실험을 사회 전체가 안고 가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국가의 역할이 중시되었지만 최근에 소홀해지고 있습니다. 요컨데, 기술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선 사회적인 통제의 철폐와 사회 전체적인 지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郭교수=기술을 발전 시키려면 과거 우리가 가졌던 생각을 틀을 바꿔야 합니다. 특히 기업들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무작정 뛰어들어 백화점 진열식으로 이것저것 다 하지 말고 핵심적인 분야 1~2개만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기술진보에 따라 핵심역량이 있는 기업과 사회만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에서 모든 분야를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아웃소싱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합니다. 또 기업들은 급하게 당장의 시장점유율만 보고 싸우고 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기회의 몫」을 얼마나 차지하는가 입니다. 기업들은 기술진보에 따라 산업의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각하는 사업을 파악하고 그 사업에서 이익을 내도록 해야합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몇몇 핵심기업만 발전시키기 위해 부수적인 분야들은 계속 정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李교수=저는 국가가 경쟁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경쟁력을 갖추려면 유연한 사회 체제가 이뤄지고, 창의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인력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사회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의 것을 복사하는 뜯어먹기 식은 안됩니다. 자신의 독창성(ORIGINALITY)이 중요한 것입니다. 개인 스스로 정보, 기술과 생각의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또 사카이야 다이치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이 말한 것처럼 「정보발신력」을 가져야합니다. 정보발신력은 어디에서 무슨 이야기나 의견을 냈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인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경제가 어떤 기사를 썼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고 서로 인용한다고 하면 이는 정보발신력이 있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 CNN의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뉴스에 일본황태자의 약혼이 우리나라 대통령 당선보다 먼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보발신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능동적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갖는 데 중요합니다. 郭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21세기에는 「정보발신력」처럼 무형의 자산이 국가경쟁력의 중요요소가 될 것입니다. 郭교수=좋은 지적입니다. 저는 우리가 세계적인 기준(GLOBAL STANDARD)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능력을 확충하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물 중심이 아닌 금융, 디지털 경제 등 서비스 중심의 경제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인터넷의 기반을 확충하고 서비스 제품에 대한 제작권의 존중 등 그에 상응한 대비가 있어야 합니다. 李교수=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교육개혁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교육이 걸어온 길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하향평준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몇 년 전 교육개혁을 하면서 열린 교육을 표방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관심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재능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능력차이나 실력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무섭다고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받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대학입시에서 수능시험 문제를 쉽게 출제함으로써 과외를 막겠다는 발상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는 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수험생들이 학습한 결과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교육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郭교수=교육문제와 연관시켜 볼 때 「정보격차」가 앞으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입니다. 컴퓨터를 가지고 교육을 받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간의 차이는 정보화사회를 맞아 커다란 소득격차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 정부의 업적 중의 하나는 국민PC를 만들어 대중화에 기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통신요금을 낮추는 등 할 일 많습니다. 현재의 정률제는 말도 안됩니다. 정액제로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공공장소에 컴퓨터를 많이 비치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거지도 인터넷을 통해 자기들끼리 전자메일을 주고 받고 돈을 번다고 합니다.(웃음) 우리 나라는 그 정도는 못 되더라도 대중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요컨데 정보의 격차를 극복하려면 컴퓨터 가격과 통신비를 내려야 합니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인터넷의 대중화를 위해서 직접 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李교수=옳은 지적입니다. 저는 앞으로 정부가 세 가치 측면에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기업가형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기업과 국민들이 활동하기에 좋도록 제대로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정부여야 합니다. 나라 안에서 골목대장으로 군림할 것이 아니라 안에서는 과감하게 민주화와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바깥에서는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 행사 등을 통해 정부가 국민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정부는 사회의 여러 기업들과 경쟁하는 한 단위의 기업이다. 정부는 생산성을 높이고 싱가포르를 대표해서 협상을 높이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정부는 장기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개별경제주체들은 눈앞의 이익에 의해 행동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제주체들의 계산과 국가 전체의 경제적 계산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그 괴리를 메우는 데 노력을 해야합니다. 역사적으로 성군이신 세종대왕을 배워야 합니다. 세종대왕이 하신 일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국민의 아픔을 아셨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을 위해 음악과 의학 등을 발전시켜 국민들이 즐겨야 할 것을 만드셨습니다. 또 하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집현전 학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훈민정음을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세종대왕이 하신 일을 21세기형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입니다. 郭교수=정부는 이전처럼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집단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에 서비스를 하는 집단이 되어야 합니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에 걸맞게 정부가 정보화를 이끌고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에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특히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사회복지를 중시해야 합니다. 또 소득의 재분배를 중시해 건전하고 정직한 사회 기반을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새로운 경제환경에 신속 정확하게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합니다. 한국에서 50년 전의 100대 기업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기업의 생존율이 4%밖에 되지 않습니다. 개인들은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고 건강과 지식 등 자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첨단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개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李교수=우리가 IMF를 받아들인 이유는 압축성장과 천민자본주의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구조조정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IMF에 의해 강요된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형태는 여전히 별 변화가 없습니다.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대한 감시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제사회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존경과 신망은 아직도 미흡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로부터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었다면 투기성 단기자금이 공략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절박한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지표상만의 회복입니다. 단기성 투기자금의 공격을 받으면 외환보유고 700억달러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郭교수=다가오는 새천년에는 세계 인류 문명에 공헌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폴란드 하면 쇼팽, 헝가리하면 리스트가 떠오르듯이 한국하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다가오는 새 천년에는 한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훌륭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가오는 새천년에는 통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양국이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둘다 발전에 세계사에 기여하는 한민족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를 소망합니다. ◇곽수일(郭秀一) 교수 약력 ·1941년 서울출생 ·1963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졸업 ·1965년 미국 콜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 MBA) 경영학 석사 ·1974년 미국 와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경영학 박사 ·1966년~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1997년~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1997년~현재 한국문화경제학회 회장 ·1998년~현재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 ◇이각범(李珏範) 교수 약력 ·1948년 서울출생 ·1971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회학과 졸업 ·1975~1977년 독일 KONSTANZ 대학, BIELEFELD 대학에서 사회학 수학 ·1983년 독일 BIELEFELD 대학 사회학 박사 취득 ·1986~1995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993~1995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1995~1998년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 ·1999.4~현재 한국정보통신대학원 경영학부 교수 정리=전용호기자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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