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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리노베이션이 절실한 주세법


'이상하고도 이상한 법.'

국내 기업 역차별, 고용 악화, 국민건강 악화를 초래하고 전통주 산업발전도 가로막고 있는 주세법 얘기다.

국내에 시판되는 대표적인 위스키인 윈저는 지난 1998년 시판제품의 80%가량에 대해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보틀링(병입)했지만 지금은 5%로 줄었다. 임페리얼도 50%가량을 국내에서 병입하다 지금은 윈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위스키를 수입할 경우 주세(72%)가 수입가를 기준으로 부과되지만 국내서 병입할 경우 마케팅비용, 마진까지 포함된 최종가격이 적용돼 오히려 손해보기 때문이다. 위스키 회사는 이제 대부분 국산에 한해 조달이 가능한 군납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셈이다.

최종 제품을 기준으로 주세를 내는 국내 주류회사들과 비교한다면 연간 200억~300억원의 주세를 덜 내 과세에 구멍도 생겼다. 국내기업을 역차별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기업 역차별 등 문제 많아

위스키 회사들은 국내 병입을 줄이면서 국내 공장의 직원도 줄였다. 일부 회사들은 이와 관련해 한때 고용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판 위스키의 50%가 국내에서 병입될 경우 연간 1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주세법이 알콜의 과다복용으로 국민 건강을 헤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도 독주를 많이 마신다. 양주를 맥주처럼 마시는 폭탄주 제조법이 수백가지나 되고 관련 책도 적잖게 팔렸다. 유럽에서 양주를 이같이 마시면 깜짝 놀란다는 얘기는 안 들어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체 주류시장에서 40도 이상의 고도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된다. 대부분 저도주인 맥주나 포도주로 피로를 덜고 모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

과다한 음주는 알콜중독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치매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최근의 연구결과다.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가 급증하는 것도 술과 무관한 게 아니다.



그런데 주세법은 현재 위스키ㆍ소주ㆍ맥주의 주세율을 모두 똑같은 72%로 규정하고 있다. 알콜 함량과 무관하게 부과되는 주세체계가 국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막걸리는 전통주 육성차원에서 5%로 작게 부과하고 있지만 오히려 너무 싸 제품의 고급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세법이 이처럼 다방면에서 문제를 야기하는데도 정책 당국자들은 제도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수입품에 부과되는 기준의 경우 휘발유 등 다른 개별소비세도 마찬가지 상황에 있어 함께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또 서민들의 술인 소주와 막걸리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며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기존의 종가세 대신 알콜종량제를 도입한다면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수입이든 국산이든 최종 제품의 알콜량을 기준으로 세율을 재편하면 다른 개별소비세와의 상충 문제를 풀 수 있다. 알콜량을 기준으로 부과되면 고도주는 그만큼 더 비싸져 소비량이 줄어들고 청주나 막걸리ㆍ맥주ㆍ포도주 등 저도주는 그만큼 싸져 국민 건강 향상에도 도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종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터키, 멕시코와 한국 셋뿐이라고 한다.

종량세로 바뀌면 막걸리는 주세가 높아져 서민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지만 오히려 고급화하고 제조기술이 발전하고, 디자인이 발전하는 등 국내 주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전통산업발전 차원에서 세율 조율도 가능하다.

알콜 종량제 도입도 고려해볼만

더불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술이지만 일본 청주는 높인 의미인 '청주'로 한국 청주는 낮춘 의미의 '약주'로 규정한 낡은 일제 잔제도 청산해 '일본식 청주''한국식 청주'로 바꾸는 게 좋다.

정부는 지난해 소규모 자본도 맥주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등 주류산업 규제 완화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세법도 도도하게 흐르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손질할 때가 충분히 됐다. 이를 방기한다면 시대적인 직무유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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