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대체입법도 수용가능'

"국보법 대체입법도 수용가능" 與, 야당 반발·반대여론 등 부담 "폐지"입장 선회조짐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의 '폐지ㆍ형법 보완' 입장을 공식화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대체입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방향을 급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여당 지도부가 한나라당과 민노당ㆍ민주당 등 야당이 일제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내 중진들의 내부 반발과 부정적인 국민여론 등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당은 당초 일정대로 20일까지 4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지만 야당과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당론을 고집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종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대체입법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열린우리당이 홀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냐"며 "대체입법안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국가보안법의 반인격적인 독소조항을 없앤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방법은 크게 문제가 될 수 없다"며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서 입장을 변경할 만큼 우리 의원들은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한나라당과 최선을 다해 토론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밝혀 법안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당이 지난 17일 격론 끝에 확정한 국가보안법 당론을 며칠 만에 수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곳곳에 암초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야당의 반대가 예상보다 강경하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국회 정무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을 때 회의장을 점거, 처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던 방식의 물리력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개혁공조를 다짐했던 민노당과 민주당 등 미니야당이 '공조파기'를 선언한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민노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단-시민사회단체 국보법 폐지 간담회'를 열고 국보법 완전폐지를 위한 독자적 입법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체입법을 주장하는 당내 중도성향 의원 모임인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의 반발도 거세다. 안개모는 대야 협상이 본격화되는 국정감사 직후 모임을 갖고 대체입법으로 당론 변경을 관철시켜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안개모 소속의 조성태 의원은 전날 천 원내대표와 만나 "형법 보완으로는 안보공백과 국민불안을 메우기에 부족하다"며 "지도부가 대체입법안을 포함해 국보법 보완입법 논의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이날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우리당이 추진 중인 국보법 폐지 후 형법보완 안에 대해 "법 적용과정에 이론의 여지가 있어 입법과정에서 정리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여당 지도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싸늘한 국민여론이다. MBC가 지난 18일 실시한 여론결과에 따르면 '국보법을 존치시키되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8.4%나 됐다. 결국 국보법의 개정방향은 한나라당이 당론을 확정, 법안 심사가 본격화되는 다음달 초부터 여야가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인 후에야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용호 기자 chamgil@sed.co.kr 입력시간 : 2004-10-19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