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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련:1/전 공무원 전문화 “서비스 행정” 구현(경제를 살리자)
입력1997-05-21 00:00:00
수정
1997.05.21 00:00:00
손동영 기자
◎공장땅값 저렴·SOC 완벽… 외국인투자 “천국”『말레이인은 더이상 게으르지도, 무능하지도 않다. 말레이인은 무한한 저력을 갖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지난 60년 「말레이 딜레마」라는 책을 통해 『말레이인은 이 나라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인들과 경쟁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한탄했던 마하티르 총리는 30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최근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을 던져버렸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난 57년 이후 40년 동안 말레이시아가 걸어온 길은 바로 최고권력자 마하티르가 말레이인이 결코 열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 4천4백57달러에 불과한 나라. 그러나 세계은행은 실질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을 1만2천5백달러로 추정하며 말레이시아를 「상위중진국」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근접한 국가」라고 호평한다.
말레이시아는 자본도, 기술도 없이 지금의 경제를 일구는 과정에서 많은 풍랑을 이겨냈다. 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싱가포르가 탈퇴했고 69년 말레이인과 중국인 사이의 인종폭동(5·13사건)을 경험했다. 80년대 중반엔 당시 주요 수출품목이던 석유·고무·목재 등 1차 상품의 국제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 고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지금 수출지향 공업화와 민간부문의 투자증대를 통해 완연히 고도성장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간 8% 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지구상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말레이시아의 근본적인 취약점은 바로 무자본, 무기술에 있었다. 또 말레이인 53%, 화교 35%, 인도계 10%와 기타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전형적 다민족국가로서 온 국민을 하나로 모을 구심점을 찾기 어려운 나라였다.
그들의 성장정책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었으며 따라서 위기국면이 닥칠 때마다 대응하는 방법도 여느 개발도상국들과 달랐다.
말레이시아의 원동력은 우선 강력한 정부와 효율적인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에서 개인적인 업무로 정부공무원을 만나기란 대단히 어렵다. 2∼3주 전에 미리 약속을 해놓지 않은 사람이라면 접촉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이 고압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늘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대개 전문가임을 자처한다. 한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 근무해온 베테랑이어서 자부심도 무척 강하다. 현직 재무부장관이나 건설부장관은 취임한지 5년이 넘은 사람들이다. 당연히 부처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외국정부 당국자를 만나도 업무에 관한 한 거의 막힘이 없다. 협상테이블에 나서면 분위기를 좌우하며 자기 몫을 확실히 챙긴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들은 또 외국출장이 잦다. 일년 중 거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는 공무원이 흔하다. 공무원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게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인식이다. 될수록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가능하면 자주 외국에 나가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료조직이 안고 있는 효율성 저하의 문제는 말레이시아라고 예외일 수 없다.
◎노사관계 안정 10년간 연 8%대 고성장
말레이시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말까지 4백1개 국책프로젝트를 민영화, 정부예산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한 물질적 효과는 38억달러수준에 이른다고 당국은 추계했다. 이 과정에서 9만8천여명의 공무원이 민간인으로 변신했다.
사실 말레이시아의 경제발전은 외국인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이 없는 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성장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방적인 투자개방 정책만으로 이처럼 견실한 성장이 이루어진 건 아니었다.
양질의 노동력은 말레이시아 발전의 중요한 토대이며 외국인투자를 유인하는 좋은 조건이다. 잘 알려진 대로 말레이시아는 4백년 이상 식민지생활을 경험했고 특히 영국식민지로 1백년 이상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면서 외국인들이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언어문제로 고통받는 일은 없다. 특히 어느 나라건 말레이시아 투자를 계획하더라도 최소한 언어장벽은 느끼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바로 언어가 자원인 나라인 셈이다.
최근 10년간 실업률은 4%를 밑돌고 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다. 때문에 지난해말 현재 2백15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가 생산현장에 투입돼 있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은 별다른 제약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낮은 실업률과 그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이는 외국 노동인력정책을 유연하게 가져온 덕분이다.
또 한가지 장점은 안정된 노사관계다. 말레이시아에서 노사문제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적어도 노사문제로 말레이시아 경제가 위기를 겪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효율적인 행정관리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투자진흥청(MIDA)은 외국인유치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이 기구의 공무원들은 관료냄새를 풍기지 않기로 유명하다. 입지선정에서 투자규모 책정, 자금차입 조건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행정절차를 대행하는 게 그들의 임무다.
완벽에 가까운 사회간접자본 시설도 말레이시아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적어도 물류비용 부담을 걱정할 일은 전혀 없다는게 현지 진출 외국기업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금도 조호, 빈틸루, 크랑 등 항구를 다목적 터미널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고 수도권 신공항으로 연 2천5백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팡공항이 내년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원유생산국인 만큼 에너지비용이 저렴하고 공장부지는 싸다. 사회간접자본투자가 활발해 물류비용 부담이 적고 인력도 풍부하다. 말레이시아는 이처럼 투자에 관한 한 무엇 하나 모자랄 게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콸라룸푸르=손동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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