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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통화기금’ 설립 논란/“통화폭락 신속대응위해 필요”

◎일 주도 동남아국 제안에 영향력 감소·일 맹주부상 우려/미·IMF 강력반발 ‘주목’통화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아시아 통화기금」이 필요하다는 일본과 동남아국가들의 제안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엔블럭의 맹주격인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이 제안에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논의 단계인 아시아통화기금이 구체화되기까지 적지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아시아 통화기금의 설립 취지는 일본을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해 태국의 통화위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자는 것. 아직 기금의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5백억∼6백억달러를 거론하고 있고 대부분의 아시아국가들이 참여할 경우 1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 통화기금은 태국이 통화위기에 직면했을 때 지원액 1백72억달러 가운데 IMF지원금을 제외한 1백32억달러를 일본과 동남아국가들이 돈을 모아 지원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일단 동남아 국가들은 기금설립에 적극적이다. 타농 비다야 태국 재무장관은 『통안기금의 세부절차가 마련되고 있지만 중요한 사항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동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태국바트화가 폭락하는 경우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이 기금이 IMF국의 재정지원을 보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의 데오 오캄포 재무장관은 『세계은행의 아시아판인 아시아개발은행이 있듯이 IMF의 아시아판이 있어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IMF체제에 안주해 왔던 일본의 적극성은 주목할 만하다. 미쓰즈카 히로시(삼총박) 일본 대장상은 『아시아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아시아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계획이며 일본은 이같은 입장을 미국과 유럽에 설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막후에서 연출은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아시아통화기금에 이처럼 적극적인 것은 21세기 세계경제의 주역이 될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공헌도를 과시하는 동시에 일본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다른 지역이라면 몰라도 엔블럭내의 문제에 대해서만은 맹주로서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IMF의 피셔 부총재는 『위기에 처해있는 나라에 대해 금융정책의 개선을 요구하지 않은 채 지원자금만 제공하는 건 큰 실수』라고 반박했다. 피셔 부총재는 『IMF와 융자조건이 다른 국제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상적자의 축소와 재정긴축 등 자구책을 등한히한 채 지원자금을 받을 경우 문제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IMF의 시각이다. 특히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금이 사용될 경우 환투기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태국의 경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가격과 바트화가 폭락하자 태국의 중앙은행은 바트화를 사들이기 위해 3백억달러를 동원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 통화기금이 위력을 발휘하긴 힘들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들은 최근의 통화위기에 워낙 놀란 탓에 기금설립에 대한 절박감마저 갖고 있다. 또한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이 IMF와 경쟁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 기금이 출범한다고 해서 IMF의 권위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동남아국가들은 올해 12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비공식 정상회담에서 이 제안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권위실추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IMF와 동남아국가들이 일본의 직접적인 영향권안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최성범 기자> ◎“반대하진 않지만 창설 쉽지않을 것”/강경식 부총리 전망 【홍콩=이세정 특파원】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24일 동남아와 일본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반대하진 않지만 현실적인 장애때문에 당분간 발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강부총리는 이날 상오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지역의 통화안정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AMF의 발족에 한국정부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등 G7국가들과 협의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형평성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창설이 용이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부총리는 이어 이 기금이 설립되더라도 각국이 금융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것을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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