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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감정 시스템' 마련 숙제로

■ 박수근 '빨래터' 진품 추정 판결<br>작품목록 정리·전문가 육성으로<br>'담합·밀실감정' 의혹 떨쳐내야


45억2,000만원이라는 국내작 경매 최고 낙찰가 기록을 보유한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의 진위논란에 대해 법원이 '진품이라고 추정된다'며 일단 서울옥션의 손을 들어줬다.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조원철 부장판사)는 '빨래터'의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이 위작 의혹을 제기한 미술전문지 '아트레이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빨래터가 진품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부실감정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당한 언론활동이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혀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양측 모두 절반씩 이기고 진 셈이다. 법원은 박수근 화백으로부터 직접 작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미국인 존 릭스씨가 1954년부터 한국에 머물면서 박화백과 교류한 사실을 들어 진품임이 사실상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50년이 지나 작품이 국내 경매에 부쳐지는 과정에서 서울옥션의 자체 감정 절차가 부실했음을 함께 지적했다. 법원은 박수근의 아들 박성남씨가 감정소개서를 작성했으나 전문감정인도 아닌 아들 박씨의 장황한 작품 설명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이번 소송의 원래 목적이 돈을 받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진품임을 인정받기 위한 것인 만큼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기에 막심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대표는 법원이 경매과정에서의 감정절차가 부실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비공개ㆍ미공개작을 공개할 때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문제제기의 과정과 절차 상에 신중함을 요하는 풍토 또한 요구된다"고 말했다. 위작 의혹을 제기한 피고측 감정위원으로 참여했던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기각'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전문감정인이 아닌) 재판장이 위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법정공방은 일단락 됐으나 '빨래터 파문'은 국내 미술시장에 '체계적인 감정 시스템 부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숙제로 남겼다. 현재 국내 유일의 공인 감정기구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는 감정과정을 녹화ㆍ녹취 기록으로 남겨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화상들의 담합으로 이뤄지는 밀실감정"이라고 백안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과학적 증거 맹신의 풍토가 미술품 감정 본질에 대한 의심을 낳기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술 감정은 '안목감정'이 우선하며 과학적인 분석은 위작을 밝히는데 부차적으로 활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진위감정 뿐 아니라 적당한 가격을 책정하는 '시가감정'도 자리를 잡아 미술품 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거나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더불어 작가별 작품목록에 해당하는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의 자료, 사진을 수록하고 역사를 기록한 출판물), 작가의 작품 경향을 심도있게 연구한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도 재차 제기되고 있다. 미술시장 전문가인 경희대 최병식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감정 매뉴얼'의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미술품 위작 시비에 대한 대처요령, 진품 근거 확보와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감정서작성요령 등이 갖춰져야 한다"며 "외국 같은 '사법감정사' 위촉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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