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스위스가 6일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와 FTA를 체결했지만 유럽 대륙에서 본격적으로 FTA를 성사시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요한 슈나이더 아만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이날 베이징 상무부에서 양국간 FTA를 공식 체결했다.
가오 부장은 "높은 수준의 협정으로 양국에 실질적인 이득이 될 것"이라며 "산업ㆍ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나이더 아만 장관도 "이번 FTA는 중국과 스위스 관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중국과 FTA 체결에 대해 위험을 헤징(회피)하는 데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주변국이 스위스 경제에 미칠 위험을 분산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스위스 간 FTA가 체결됨에 따라 스위스는 중국산 제품 99.7%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완전 철폐하고 중국은 스위스 제품의 84%를 무관세로 처리하게 된다. 부분감세를 감안할 경우 스위스는 99.99%, 중국은 96.5%의 관세가 철폐돼 사실상 무관세 거래가 가능하다.
특히 중국에서 스위스로 수출하는 섬유ㆍ의류ㆍ금속제ㆍ자동차부품 등을 포함해 모든 산업재의 세금은 거의 철폐된다. 또 960종이 넘는 중국 농산품도 관세감면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스위스의 3대 교역국으로 양국 교역량은 263억달러 규모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FTA 체결이 태양광 패널로 분쟁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을 압박해 최종 목표인 중ㆍEU FTA 체결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스위스의 첨단기술을 받아들여 기술 중심의 성공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지고 있다.
스위스 역시 중국과의 FTA가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시계 등의 무관세와 함께 의약ㆍ관광업 등에서 EU 국가보다 한발 앞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위스는 유럽 내 런던ㆍ프랑크푸르트 등과 위안화 허브 경쟁에서 취리히가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슈나이더 아만 장관은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유럽 내 위안화 허브를 위해 중국 측과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달러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화로 위안화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중국의 목적과 스위스의 선진 금융시스템이 결합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영국중앙은행(BOE)에 이어 프랑스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위안화 허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8,0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유럽중앙은행(ECB)과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ECB가 위치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가 위안화 허브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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