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시중은행 개인여신담당 부행장은 적격대출이 은행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당연히 수익에 좋지 않다"고 답했다. 기존 변동담보대출의 순이자가 10bp(0.1%) 수준인 데 반해 적격대출은 4bp(0.04%)에 불과해 그 만큼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 그러면서 적격대출로 은행의 살림이 힘들다고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일까. 서울경제신문이 자체 파악한 결과 늘어나는 적격대출 수요에 수익성이 나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실제로는 적격대출에서도 충분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서민고통 분담차원에서 수익성이 낮은 적격대출을 취급한다지만 실제로는 엄살에 불과한 셈이다.
10일 시중은행 및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적격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의 수익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오히려 적격대출의 순마진이 변동금리대출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적격대출을 살펴보면 은행 순마진은 평균 0.88% 수준이다. 예대마진(0.45%), 취급수수료(0.33%), 고정채권관리수수료(0.10%)를 합산한 수치다. 취급수수료는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양수할 때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하는데 보통 1.20%가량을 채권양수시 일시에 지급한다. 이를 총 대출기간으로 나눈 수치가 0.33% 수준이다.
반면 시중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순마진은 0.7% 수준으로 적격대출보다 낮다.
항목별로 보면 예대마진은 1.2%로 적격대출에 비해 0.4%포인트가량 높다. 적격대출에 포함된 취급수수료와 고정채권관리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를 들어 적격대출에 따른 이익훼손이 크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은행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적격대출에 따른 은행의 수익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는 하나 같이 "적격대출의 취급수익은 은행 자체대출의 3분의1, 2분의1 수준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의 변동금리대출에는 적격대출에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 위험관리비용과 신보출연금이 각각 0.2%, 0.3%씩 붙는다. 이 0.5%의 비용을 반영하면 순마진은 0.7%로 떨어진다. 은행들의 항변과 달리 적격대출의 수익성이 더 좋은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들이 적격대출 증가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은 자산축소 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은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장기고정금리 주택대출 상품으로 은행은 고객에게 적격대출을 판매한 뒤 주택금융공사에 수수료를 받고 해당 대출채권을 매각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형태로 유동화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대출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판매대행과 채권관리를 수행하는 에이전트에 국한된다. 자산증가율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의 절대강자이자 규모의 경제 달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그 결과 마진율이 더 나은데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이 적격대출 증가에 따른 현금유입분을 제대로 활용하면 자산증가율 하락을 상쇄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적격대출을 주택금융공사에 매각하면 현금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자금을 기업대출이나 채권투자 같은 곳에 투자해 자산감소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오히려 적격대출은 신용위험이나 담보가치 하락위험 등의 리스크를 제거해주기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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