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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어느 구름에 비올까?

개천이 산허리를 돌고 돌아 그리 넓지 않은 들판을 가로질러 자그마한 강이 된 한 농촌 마을, 사방은 산으로 병풍이 처져 분지를 이룬 영산강 상류에 위치한 이 마을은 필자가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친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춘삼월 보릿고개 때는 지난해 농사지은 식량이 거의 동이 나서 파릇파릇 자란 보리를 캐어 쌀가루ㆍ밀가루로 적당히 비벼 만든 떡으로 허기를 채웠던 지지리도 못살았던 농촌의 살림살이였다.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짓던 그 시절 농부들은 “어느 구름에 비 올까” 하는 근심으로 주름살이 깊이 패인 얼굴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묻어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촌놈이 겁 없이 서울로 유학 왔으니 등록금은 물론이요, 다달이 내야 하는 하숙비조차도 여간 힘들지 않았던 것은 나만의 추억이 아닐 것이다. 용케 대학 4년을 마치고 공직에 입문해 오늘까지 이르렀지만 10여년 전 우연히 만났던 고등학교 선배 한 분이 ‘김 과장, 어느 구름에 비 올지 아무도 모른다네’ 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의 발탁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성실하게 살라 하던 그 분의 당부 말씀이 문득 떠오르고는 한다. 간간이 여의도 국회에 오가며 한강을 유유히 지나가는 유람선과 어느새 아무런 흔적도 없이 담대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노라면 중책을 맡은 내가 정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미군기지 이전, 병역제도 개편 등 많은 과제 중에서도 지난 2005년부터 본격 추진된 국방부 문민화의 연착륙이야말로 문민차관이 국민과 국방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우선적인 임무라고 많은 주위 분들이 얘기한다. 우리 사회가 국방행정 문민화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가. 육ㆍ해ㆍ공군의 이해관계를 매끈하게 조정하는 종합적 기획능력과 국민이 기대하는 국방가치(목표)를 고객지향적ㆍ혁신적 사고를 갖춘 인재들이 새롭게 창출하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국방 문민화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지만 국민이 바라는 국방부상을 갖추는 데 가장 긴요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역량 있는 인재 확보, 부단한 자기개발에 대한 독려와 체계적 인재양성을 통해 국방 문민화가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새겨보고 있다. 톱니바퀴 마냥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중에 모처럼 집사람과 함께 안개 드리운 양재천을 산책하거나 주말에 한 번쯤 구룡산을 오를 때면 심신이 다시금 맑아져온다. 또한 앳된 병사들이 청사주변에 심어놓은 노랑ㆍ주홍ㆍ빨강색 봄꽃을 보면 퇴근길의 지친 몸도 가뿐해지고 무거웠던 마음도 상쾌해지는 것 같다. 어느 구름에 비 올지는 모르지만 논밭을 갈고 종자를 고르면서 봄을 준비하는 농부의 모습, 뿌리고 가꾼 것만큼 거둔다는 부모님 말씀만한 삶의 지혜가 또 어디 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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